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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혼자라도 매일 바닥은 닦는다

0.03인분

by 성구의 인디웨이

집에 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매일 바닥을 닦는다.


하루 종일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그 바닥을, 청소기를 돌리고, 물티슈로 정성스레 닦는다. 먼지도 별로 없고, 발자국도 내 것뿐인데 말이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이불을 개고, 세탁기도 돌리고, 욕실 청소를 하고, 싱크대 물때도 닦는다. 너무 깨끗하지도, 너무 더럽지도 않게 청소를 한다.


어느 순간부터 이 모든 루틴이 '살고 있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누가 오지 않아도 치우는 건, 결국 나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가지런히 정리된 이불, 깨끗한 바닥, 욕실, 싱크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그 순간 나는 조금 더 나를 잘 대해주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마치 내가 내 집에 첫 번째 손님인 것처럼.


혼자 산다는 건 게으를 자유가 있다는 뜻이다. 이불을 개지 않아도, 빨래를 하지 않아도, 청소를 하지 않아도 뭐라 하는 이 하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자유를 나를 귀찮게 챙기는데 쓴다.


나에게 청소는 눈에 보이는 정리도 있지만, 마음속을 조금씩 덜어내는 일이다.


바닥이 깨끗하면, 내 기분도 한결 밝아진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나 혼자 잘 살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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