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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하 SEONGHA Sep 16. 2024

악몽, 살해당한 일

<미완성 단편소설>

메이= 덩치가 크고, 자기중심적인 못난 기술자

트라오(보컬 & 기타리스트)= 꿈이 많고, 장난기가 있지만, 성숙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

쏘미(보컬)= 트라오를 따라다니며 지지하는 유행에 민감하고, 능력이 충중한 소년

오션(드러머)= 트라오와 절친한 친구, 트라오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누구보다 그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갑내기 남자아이



가로 20m 세로 19.5m의 까만 벽지의 방에 트라오 혼자 있다. 이상하게도 무대 가운데에는 의자가 있었고 스포트 라이트는 그에게 앉으라고 하는 듯했다.

트라오는 평소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지만, 무언가 조용한듯하며 따뜻한 그곳에 초대받자, 그날의 이야기를 술술 하였다. 그의 독백이 시작된다.


트라오

그 일이었던 날은 교도소 출소날이었다. 원래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잔나비를 동경해 왔던 나는, 특별한 재능은 없었지만, 대학에 들어가 밴드부를 만들었다. 나름 열심히 일렉기타를 연습하며, 우리 삐악삐약 밴드의 메인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이다. 그런 중책을 맡고 있던 나는 모종의 이유로 교토소 생활을 하였고, 그 때문에 대학교를 휴학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죄가 없었다. 그래서 2개월 만에 출소를 하여 풀려났다.


그날,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이 일어난 것이다.


나(트라오)와 쏘미 그리고 오션은 밴드부 창설 멤버이다. 쏘미는 음색이 특별하고 박자 감각이 좋아서 보컬을 한다. 그녀는 날 때부터 천부적 음색이 특이했다. 그녀의 음색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녀는 나의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녀의 목소리만큼은 사랑한다. 그리고, 오션은 나의 오랜 베스트프렌드이다. 그와 나의 우정은 벌써 8년이다. 까칠한 오션은 항상 나에 대해서 투덜거리지만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과할 정도로 나를 잘 따르던 그는 나를 따라 대학을 왔고,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밴드부를 만들자고 할 때 특별한 재능도 없는 주제에 자신 있게 찬성했었다. 그는 한 달간 열심히 드럼을 배우더니, 또 곧 잘 드럼을 친다. 재능충이다.


나 또한 쏘미 못지않은 특별한 음색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애매한 재능이다. 나의 목소리는 청중의 깊은 공감과 채우지 못한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이지만, 자주 오랫동안 나의 노래를 사랑한 사람들만이 그를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애매한 재능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꿈이 있다. 마이너 한 나의 재능을 유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열심히 홍보한다면 팬덤이 생기지 않을까? 막연하지만, 배짱은 큰 젊은 나였다.


그런 나는 그 사건으로 목소리를 잃었다.


2023년 12월 6일 출소날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나와 오션은 함께 입소하여, 생활하였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지만 그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무튼, 누명이 풀려서, 나와 오션은 이 날, 출소하여 Ktx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부산역 광장, 그곳은 버스킹의 성지였다. 50만 원 정도를 주체 측에 현 납 하면, 밴드 공연을 할 수 있게 무대를 준비해 주는 문화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삐악삐약 밴드는 기말고사 전에 공연을 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였다.


하지만, 메인보컬(트라오)과 드럼어(오션) 없이는 공연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그 계획이 무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주도면밀한 쏘미만은 생각이 달랐나 보다. 쏘미는 우리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나에게 편지를 보내었다.


대장!
우리 삐악삐약 밴드의 무대가 12월이야. 대장은 별 기대 없겠지만,

이번 무대는 좀 다를 거야. 우리 밴드를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어. 특히, '첫사랑'과 '짝사랑'이라는 노래를 사람들이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어. 우리가 축제 때 공연했던 것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탔나 봐, 사람들이 언제 다시 공연하냐고 물어!!

그래서, 내가 말이야!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부산역에 K&T 아티스티스에 우리 공연을 예약했어. 날짜는 대장 출소하고 난 다음 12월 6일이야!

음... 미안해! 다른 날짜에는 이미 예약이 꽉 차서, 그날 7시에 우리 공연이 시작해!
팬들을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었어! 이해하지?

뭔가 사고 친 거 같은데! 우리 늘 하던 데로만 하면 될 거야
화이팅이야!

쏘미가 트라오에게...

2023년 11월 28일 (금)

으으.... 정말 골 때리는 년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출소 날짜가 나온 것도 아닌데.... 혼자라도 해보려는 작정이었나??


다행히도, 공연 전에는 출소할 수 있었다. 바로 공연날 출소했기 때문이다.

나와 오션은 출소하고 긴박하게 Ktx를 타, 부산으로 갔다. 그리고 도착시간 18시 53분...

허겁지겁 버스킹 장소로 갔다.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 볼 겨를도 없이 무대 스테이지 뒤로 달려가 그녀를 짧게 마주했다. 뭔가 분위기가 평소랑은 다르다. 내가 알던 수줍은 그녀가 아니었다.


못 본 사이 빨간색으로 염색한 그녀에게 오늘 일에 대한 질책은 뒤로한 채, 공연 주체 측을 만났다. (째깍째깍, 시계는 18시 58분이다.)


그러자, 쏘미에게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배 나온 남자가 어줍지 않게 인사하며, 이제 무대를 오르면 된다고 말했다.



"아니 벌써 올라가요? 우리 소개를 해주셔야죠!"

"소개를 왜 해요, 다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밴드를 우리가 소개하는 거라고요?"

"네! 소개하세요"


대학 축제나 노래자랑 같은 행사와 달리, 우리 단독 공연은 처음이라, 내가 몰랐던 것이지만, 언짢은 그의 표정과 어눌한 말투가 짜증이 났던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며,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오션이는 특유의 관심 없다는 듯한 태도로, 무대를 따라 오르고, 쏘미는 이미 무대 위에서 우릴 기다렸다.


여차저차 무대 오프닝과 두 곡의 노래를 끝마쳤다. 팬, 20명 정도가 우리 공연을 보려 왔었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길거리의 행인들이 잠시 발길을 멈춰 서면서 점점 30명, 40명 가까이 모였다. 그 무르익는 분위기 가운데 있었다. 나는 설렘 가득한 기분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어느덧 노래를 즐기며, 눈을 감고 음계를 넘나들며, 쏘미와 나의 목소리가 한때 어울려 몽롱한 첫사랑과 짝사랑의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두곡이 끝난 시점에, 그 분위기를 무대 기술자 메이가 망쳐버렸다. 덩치 큰 무대 기술자 메이는 공연이 끝난 줄 알았던 것일까? 두 번째 노래가 끝나자마자. 척척 무대 위로 올라와서는 무대 뒤편의 조그마한 흠을 수리하려 올라왔다. 그런 그는 나에게 갑자기 이것 좀 잡아다라고 해며, 못과 망치를 들고 왔다.


어이가 없었던 난, "아직 공연 중인데 거 좀 있다가 하면 안 됩니까?"라고 했지만, 고집이 센 그는 지금 꼭 해야겠단다. 무시하면 될 일이었지만, 190이 넘는 거인이 망치를 들고 "지금 해야 돼, 빨리 와"라고 하기에 무시할 순 없었다. 메인 보컬인 내가 무대 뒤로 사라지자. 팬들은 기다렸지만, 삼삼오오 모였던 길거리 행인들은 공연이 끝난 줄 알고 가버렸다.


5분? 아니 10분이었나?

그를 도와주고, 식어버린 분위기를 환기하려 쏘미가 억탠을 올렸다. 평소 소심했던 그녀가 용기를 내어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다음 곡을 소개했다. 그러던 중, 메이가 또 나를 부른다. "하는 김에 이것도 좀 합시다" 화가 난 나는 그 말을 하면 안 됐다. "죄송한데 공연 중이니깐, 좀 꺼져주세요"


좋은 말로 거절해도 고집을 부렸을 그였는데, 그의 방어기제를 이끌어 버린 것이다. 그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메이

메이는 34살이다.

(트라오와 같은 디자인의 방에서, 그는 어딘가 잔뜩 흥분해 있었지만, 특유의 마음이 차분해지는 방에 혼자 있었기에, 진정하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날의 메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메이의 관점에서 그날을 소개


<1부 후기>

사실 오늘 꾼 악몽입니다. 왜 이런 꿈을 꾼 걸까요?
꿈속에서는 제가 오션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었습니다. 쏘미이기도 하고 트라오이기도 했죠.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생하게 쓰지는 못했을 겁니다. 악몽이네요.

반응이 좋으면 ‘메이’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게요. 그 친구가 할 말이 많은 거 같습니다.

sep. 16. 2024. 06 20



<2부>


메이

"어 뭐야. 난 분명 잠들었는데? 이곳은 뭐지?"


메이는 살인죄로 복역한 지 7년 만에 출소하였다. 오갈 곳 없는 그는 밤이 되어 여인숙에 들어갔다. 그리고, 밤 11시에 그는 분명히 잠에 들었다.


하지만, 잠들었을 그는 이상한 시선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하나, 칠흑 같은 공허만이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깨어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꿈이라기에는 또렷하게 평소 꿈이라면 느낄 수 없는 피부의 오싹함을 느낀 것이다.


"꿈인가? 무슨 이런 꿈이 다 있어" 그는 꿈에서 깨려고 볼을 꼬집었다. 아주 세게!


메이는 고통을 느끼며 놀랐다! "뭐야? 꿈이 아닌가?"


순간 불안이 치밀아 오른다. 죄책감 때문인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일까?

씩 씩 거리면서, 그는 흥분했다.


"나는 죗값을 치렀어!"

그는 소리쳤다.


"나도 피해자라고, 그 자식 때문에 내 젊은 날을 모두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고!"

누구에게 외치는지 모를 분통을 터트리며, 그가 꿈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순간, 눈앞이 밝았다.


그 빛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 모를 정도로 아득히 곳에서 빛이 쏟아져 내렸다. 의자가 하나 있었고 스포트 라이트는 앉으라고 하는 듯하다. (트라오와 같은 그 방이었다)



메이는 잔뜩 흥분해했지만, 특유의 마음이 차분해지는 방에 혼자 있었기에, 진정하고 의자에 앉을 수 있을 수 있었다. 그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조차 짐작 가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공허만 있을 뿐이었다.


메이가 먼저 움직였다.

"혹시, 그날... 이야기를 하라고 부른 거야?"

"난 죄가 없어, 그저 사고였다고...."


약간 기가 죽은 듯이 그가 말하자.

그의 말에 반응하듯, 불빛이 잠시 깜빡거리더니, 이내 진정하였다. 메이는 말을 이어했다.


“맞는 가 보구나, 그날에 대해서 묻는 다면 난 억울해. 나는 죄가 없었어. 사람들은 그날 내가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서 사고를 친 걸로 알고 있지만, 나는 정상인이야. ”





"내가 혼내주려고 한 건 트라오라는 아이야. 그 녀석 눈이 마음에 안 들었어.",

잠시 쉬었다가, 또 말을 한다.


"그 아이는, 특유의 사람을 내려보는 눈을 가졌어",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을 내가 잘 알지"

"아직도 그 아이는 자기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모를 거야"


다시 쉼 호흡을 한다. 메이의 독백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그런 눈으로 사람을 보는 건 잘못이야", 고개를 떨구는가 싶더니,


"혼나.. 혼나해야..." 말을 끝낸 메이는 고개를 떨궜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들이, 입 밖으로 꺼내며 스스로 깨달은 건지. 침묵한다.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적막만이 남은 어두운 방에, 더 이상 누구의 음성도 들리지 않는다)

(한참을 침묵하건 그는 말을 잇는다)


사실 내 잘못이야. 화가 난다고 소란을 피운 것도, 일부러 공연을 방해한 것도, 전부 내가 잘못한 거야.



드디어, 메이가 독박을 시작한다.


그 주에, 나는 힘들 일이 많았어. 나는 내 손에 죽은 그 아이만 한 나이부터, 사업을 하려고 열심히 모아두었던 돈을 전부 잃었거든. 나는 뱃사공이었어. 정말 무엇하나 재주가 없었지만, 돈을 열심히 모아서, 조그마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게 나의 꿈이었어.


나의 꿈을 고등학교 때 어울렸던 친구 놈에게 이야기했더니, 2억 정도만 모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태원 클라스의 '박세로이'를 꿈꾸며 27살부터 지금까지 돈을 모으고 드디어, 그 동창 놈을 다시 만났지.


그러면 안 됐는데, 제주도 한적한 곳에 주택을 구입하자고, 그놈이 꼬시더라고, 나도 그놈이 도박을 하고, 다른 동창들을 등쳐 먹은 줄은 알았는데, 그렇지만, 나랑은 정말 친하게 지냈거든, 어떻게 등 처먹었는지 전부 말하고, 말이야. 그래서 나한테 만큼은 그럴 줄 몰랐어. 그래서 전부 맡겼지.


그래도 못내 불안해서, 계속 귀찮게 물어봤지."잘 되고 있냐. 잘 되겠냐. 어쩌겠냐." 그러니까, 그놈이, 계약서며 위약금이 어떻고, 막 이야기를 하길래, 답답해서, 그 돈을 전부 줘 버렸어. 난 글을 읽을 줄 모르거든. 그런 종이 조각을 가져와 봤자. 내가 뭘 알겠어.


그러니까, 연락을 안 받았어, 지금도 그놈을 찾아다니지만,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필리핀으로 갔다는 소문도 있고, 또 도박으로 전부 잃고 감옥에 있다는 소문도 있고, 행방이 모연 해서 찾을 방도를 모르겠어.


그런 답답한 심정에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아는 동창이 소개해준 일자리에서, 일을 했어. 몸만 쓸 줄 알면 할 수 있는 일이었어. 매일 힘들게 일하고, 술을 마시면서 한탄하면서 지냈지. 그러다가, 그날 트라오 녀석을 만난 거야.


나도 처음에는 젠틀했어. 그 녀석이 내 인사를 무시하기 전까지는, 그 녀석은 내 인사도 무시하고,  성큼성큼 무대에 오르더라고. 기분은 나빴지만 그러려니 했어. 요즘 젊은이들이 예의 없는 게 처음도 아니잖아.


무대가 시작하고, 난 무대 아래에서 여느 때처럼 구경을 했어. 그게 나의 낙이었거든. 그러다, 무대 뒤에, 아주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어. 잘못하면, 그 녀석들이 다칠 수 도 있었어. 그래서, 난 안전상의 문제로 공연을 중단하고, 재 빠르게 수습을 했었어. 그게 내 일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트라오 녀석이 쏘아붙이는 목소리로, 화를 내더라고, 초면인데 말이야. 나도 지고 사는 성격은 아니거든. 그 녀석, 기를 죽이려고 노려봤지. 그러니까 순순히 기더라고. 그렇게 수리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어.


그런데 이번에는 조명이 문제인 거야. 그건 정말 위험했어. 무대 2m 위에 덜렁거리는 조명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어. 황급히 무대 위로 오르니깐, 그 트라오 녀석이 날 벌래 보듯이 보는 거야. 그러고는 그 말을 하더라고.


"좀 꺼져!"


난 화가 나기보다는 어이가 없었어. 어떻게 요즘 어린것들은 예의가 그렇게 없는 거야. 어이가 없었던 난, 큰 소리로 "위험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뭘 모르면 좀 들어!"라고 소리쳤지.


그러니까, 그 녀석이 투명스럽게, 대답하고는 내 말을 무시해 버리더라고. 그래서 옆에 있는 오션이라는 아이한테 말을 걸었어. 그 아이는 내 말을 잘 들더라고.


"저기 위에 봐봐. 저 조명 보이지. 위험하니까. 공연 중지 좀 시켜줘."

"잘 안 보이는데요? 뭘 말하시는 거죠?"


"아니 일로 와봐 봐, 저거 안 보여??"

오션을 끌고 온 순간, 그 조명이 떨어졌어.

그 머리 위로 말이야. 피 범범에 난리가 났지.

.....


맞아. 내가 죽인 거야.


그는 고개를 떨궜다.




쏘미

쏘미는 그 일을 잊고 살았다.


쏘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IT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헤드헌팅(다른 회사에서 탐나는 인재를 뺏기 위해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입사를 제안하는 것)을 받았다. 내심, 이직을 하고 싶었던 쏘미는 그 제안을 듣기 위해서, 미팅을 나선다.

[Web 발신]
쏘미씨 안녕하세요. 앞전에 유선상으로 연락드렸던, ㅁㅁIT 인사팀 000 팀장입니다.
미팅에 응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미팅장소는 부산역, 지하 2층 000 카페입니다.
명일 19시에 봬요.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할 생각이에요.

[약도]

어? 이상하다. 부산역에는 지하 2층이 없는데? 역을 말하는 건가?


쏘미는 의야했지만, 약도를 보니, 지하 2층 승강장을 통해서 갈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미심쩍었지만. 최근에 직장에서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기에, 꼭 이직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갔다.


토요일 오후 18시 55분, 1호선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쏘미는, 약도를 따라 승강기를 탔다. 놀랍게도 정말 지하 2층으로 가는 버튼이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간다.


이상하리 만치, 지하 1층까지는 금방 내려갔지만, 지하 2층은 한참을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았다. 승강기가 멈춘 건가 싶었지만,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고, 몸이 한없이 내려감을 느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곳에 공포를 느낀 쏘미는 다시 승강기를 타려고 했지만, 문이 닫히자, 승강기가 사라져 버렸다.


아득한 공포를 느낀 쏘미는, 순간 얼어붙는다. 어둠이 점점 익숙해지고, 서있는 건지, 앉은 건지 몸의 감각이 희미해지던 순간. 머리 위에 불 빛이 쏟아진다.


그리고, 2m 정도의 위에 투명한 천장이 있었고, 의자 하나와 트라오가 있었다.


쏘미는 금방 트라오를 알아보고, 그에게 말을 걸었지만, 트라오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한참을 서있더니, 이내 의자에 앉아서 혼자서 이야기를 한다. 쏘미의 방에서는 트라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트라오의 독백을 모두 들었다. 트라오의 이야기가 한 시간 정도 떠들자, 독백이 끝나고 다시 불이 꺼졌다.


쏘미는 황당무계한 이 상황이 무서워서, 불이 꺼지자. 소리를 질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윗 층에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 뭐야. 난 분명 잠들었는데? 이곳은 뭐지?"

"꿈인가? 무슨 이런 꿈이 다 있어"


잠시 뒤 그는 소리쳤다.

"나는 죗값을 치렀어!"

"그리고, 그 자식이 잘못한 거야. 그는 죽을 만했어!"


메이가 말하는 것을 쏘미는 들었다.


쏘미는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고, 다시 겁에 질렸다. 겁에 질린 그녀 위로, 다시 트라오 때와 같은 빛이 쏟아졌다. 같은 의자가 있었고, 다른 남자가 있었다. 어딘가 낯이 익다.


'메이'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가만히 듣고 있던, 쏘미는 귀를 막고 싶었다. 그녀는 오션이 죽은 후로, 그날을 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트라오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트라우마로 인해 기억을 잃은 척했다. 그게 쏘미가 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메이의 이야기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사실은 잊고 싶었지만, 전부 기억하고 있었기에 트라우마 발작이 시작되었다.


메이가 모순뿐인 이야기를 하자, 쏘미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허헉, 허헉" 힘들었다. 그러다 메이가 침묵을 하였다. 그러고는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했다.


쏘미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회피하고 싶었던, 그저 선량한 피해자로 남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진실을 알아버렸다. 메이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오션은 그저 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7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간 메이의 목소리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것에 후회했다. 그리고 오션을 애도했다.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말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것은 '트라오'이다. 트라오는 오션이 살해당한 것으로 기억한다.



<스포일러>

-    다시 트라오의 관점에서 사건의 이야기


-    마지막으로, 오션의 관점에서 그날을 소개한다. 오션의 낯빛이 어둡다. 그리고, 오션은 메이에게 살해당한 그날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그는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잔인한 사회자는 오션에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그 트라우마로 밴드부를 해체했다"

 -트라오 & 쏘미-


-트라오와 쏘미의 만남을 예상.



꿈 내용이 희미해집니다. 그 꿈을 다시 꾸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으며 영감을 얻으려 해 봤지만, 그날 이후로 꿈을 꾼 적이 없습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죠.

그래서, 재 해석 해보았습니다. 재 해석하면서 연재하려고 해요.

하지만,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잠시 글쓰기를 멈추었다고 하였지만, 처음 글을 쓰던 마음으로 느리게 해보려 합니다.

승선까지 남은 시간, 12 일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sep. 26. 2024. 15 25, Jeju,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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