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가을

언제나 가을이었다

by 강성호

언제나 가을이었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에 등장하는 "마법의 가을"은 그 책에 소개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 구절이 더 유명한 편이다.

"어떠한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 중 어느 가을, 그 가을엔 첫눈이 올 때까지 온갖 희귀한 별의별 일들이 벌어진다. 대부분은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하다 훗날에 아 그때가 마법의 가을이었지 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만일 자신이 마법의 가을에 들어섰다는 것을 깨달으면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언제나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는 과학고 입학시험을 마치고 진주에서 거제도로 돌아오는 풍경이다. 시험을 마치고 진주성 앞에서 이문세 베스트 테이프 하나를 샀고, 함께 시험을 본 친구들과 중국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은 후 거제도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차를 탔던 것 같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진주에서 거제도로 가는 길은 꽤 멀고 길었다. 3시간 반에서 4시간가량 걸렸는데 가을 석양이 든 풍경 속에서 버스가 아닌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게 비현실적이고 꿈만 같았다.

시험장까지 데려갈 수 있는 가족이 없었고, 시험 전 날 숙박을 해결해 주기 위해 함께 있을 수 있는 어른이 없어서 친구들의 부모님 차를 얻어 타고, 식사와 잠자리도 친구들 부모님께서 해결해 주셨던 것 같다. 시험을 마치고 거제도로 돌아올 땐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진주까지 와서 태워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통영 근처 학섬 휴게소에 들러서 잠깐 쉬었다 집으로 가게 되었다.

<출처: http://www.dicalove.com/index.php?mid=board_ekVk92&document_srl=3561594&listStyle=viewer&page=2348>


그날 진주에서 거제도로 돌아오는 풍경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진주에서 고성을 거쳐 통영으로 가는 그 국도 길에 저녁노을이 내려왔을 때 부모님 돌아가신 후 3년의 세월이 응축되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친구 부모님이 잡은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앞 여관방에서 시험 전 날 잠을 잘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 3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했으니 한 번만 도와달라는 기도 같은 호소를 꿈속에 했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이 무너진 갱도에서 아버지에게 "아버지 힘이 듭니다. 산다는 게 참 힘이 듭니다"라고 한탄하듯 외쳤던 것처럼, 아버지에게 한번 도와달라는 말을 꿈속에서 했었다.


시험 친 다음 날, 원래 공지한 것보다 이틀 빨리 합격 소식을 들었다.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선생님이 경남과고로 전화해서 직접 확인해 주셨다. 같이 본 다른 친구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식을 듣고 쓰러지듯 감사와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그날의 기억은 마법의 가을럼 내게 남아있다. 나를 키워준 누나와 가족들에게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은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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