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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Nov 21. 2019

투잡러

투잡(two jobs) 하는 간호사

노인빈곤율 50%

둘 중 하나가 빈곤

그 하나가 내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간호사를 못해먹는 나이가 되어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정년이 없는 그런  일이 필요해졌다.

간호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선배들을 봐 온지라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초짜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는 학원

없었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여기저기 강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지 6개월쯤 지났을 때

선배 간호사의 소개로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주 1회 7시간이 맡겨졌다.

교재를 중심으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딱 일주일이 걸렸다.

한 시간 강의에 꼬박 하루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준비한 강의안을 가지고도 1시간을 채우기가 힘들었다. 

딱딱한 내용에 나와 학생들은 지치기 일수였다.


강의 4년 차인 지금은 하루 강의를 준비하데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준비하는 내용도 교재 내용보다는 중간 시간을 메꾸어줄 잡설들이 대부분이다.

(잡설이라 하더라도 강의 내용과 관련 있는 잡설이다.)

지금은 말하고 있는 내용과 별개로 덧 붙일 소재에 대해 미리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대화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쉬는 시간을 놓치는 일도 허다하다.


간호학원에 이어서

현재는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시간당 강의료도 인상되었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아무런 준비 없이도 몇 시간을 때울 수 있을 만큼의 소재가 준비되어 있다.


타성에 젖은 지금, 예전처럼 강의 자체가 주는 두근거림은 없다. 때때로 기계적으로 강의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다른 파트의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체력도, 동기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강의 계속하고 싶다.

다음의 5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계속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1. 돈

월급 외에 추가적으로 매달 입금되는

강의료가 가장 큰 동기이다.


2. 공부

알고 있는 지식도 대충 전할 수 없다.

다시 공부하고, 출처를 명확히 하고

최신 경향으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공부를 하게 되어 좋다(억지 공부)


3. 에너지 충전

전체적인 근로시간이 늘어나기에 육체적인 피곤함은 있지만, 수동적인 간호업무와

반대로 온전히 내가 이끌어 가야 하는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또 다른 한 편의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4. 강사 경험치 상승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만의 소재가 늘어나고

강의 요령 및 일 대 다수의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에서 강사 경력을 관리해주기에

어나는 경력이 경험치를 반영해주고

강의료도 상된다.(국비지원사업 관련

강사는 강사 관리 사이트가 있습니다.)


5. 삶의 중심의 분할

병원일만 했을 때는 병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삶의 영향을 많이 미쳤는데, 삶의 터전이 넓어지다 보니 어느 한 곳이 주는 스트레스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다.


오늘도 나는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새로운 기수와의 첫 만남이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나는 멋지고, 말 잘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풍부하며, 재미있는

강사이다'라는 주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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