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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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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29. 2020

I'm Chinese, not Korean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호이안의 올드타운.

단아한 한복을 떠올리게 했던 낮과는 달리

호이안의 저녁은 화려하고, 산만하다.

예스러움의 정취가 어둠 속에 묻히고 나면

색색의 등불이 거리를 수놓는다.

한산했던 거리가

인근 지역에서 넘어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야 이女ㄴ 아~ 네가 나를 무시를 해

이딴 등 하나 얼마나 한다고"


중년 여성의 날카로운 음성이 야시장에 울려 퍼진다.

등불 파는 가게에서 사진을 찍다가 가게 점원과 시비가 붙은 듯했다.

점원은 대꾸 없이 등불을 정리했고,

여성은 삿대질과 욕설을 한참이나 이어나갔다.


호이안 올드타운에는 등불을 파는 상점이 많다.

형형색색의 등불을 전시해놓은 상점 앞에서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고,

상점들은 이런 관광객을 제지하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아주머니는 등불을 헤집고 다니며

제 집 안방인양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당연히 파손의 우려가 있는 등을 지키기 위해 점원은 제지를 했을 것이고.


한국인의 대다수가 아시아인과 백인을 대할 때의 태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서양에 대한 한국인의 사대주의는 역겨운 사실이고, 이는 단시간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며 현지인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것은

서양인에 대한 사대주의의 보상심리가 아닐까?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현지인이 말은 건다.

"오빠 마사지?"

"'I'm chinese. not korean."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내 나라를 부끄러워해 본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이안은 최고의 여행지였다.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맛있는 로컬 식당들이 즐비했고,

멍하니 앉아있어도 눈 둘 곳 많은 점이 그랬다.

예스러움 속에 현재가 공존하는 호이안의 올드타운을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운 감정이 앞서 아쉬울 뿐이다.



2년 만에 베트남에 왔습니다.

지난번에 놓친 무이네와 달랏을 가보려고

나짱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무이네와 달랏의 풍경을 기대해 주세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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