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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16. 2020

씨엠립의 새벽

앙코르 유적... 캄보디아

새벽의 어스름도 없을 시간

게스트하우스를 나선다.

한 길이라 미아가 될 걱정은 없다.

도로포장상태가 좋지 않고

가로등이 거의 없어

차량 전조등으로 주변이 밝아지면 

갓길로 얼른 피해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벽 라이딩을 나선 이유는 단 하나

자연과 뒤엉켜 있는 앙코르 유적지를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울창한 밀림 속에 자리 잡은 검은색 힌두사원과는

절대 어울려질 수 없는 인파들로 인해 

기대했던 것만큼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없었던

어제의 아쉬움이 오늘은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어스름이 깔리고 도로의 형태가 제법 눈에 잡힐 즈음

앙코르 와트에 도착했다.

앙코르 와트의 일출에는 큰 욕심이 없었는데

주변에 주차되어있는 뚝뚝이와 

새벽잠을 줄이고 길을 나선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후회할 듯했다.


호수에 반영된 앙코르와트까지 볼 수 있는 사원의 오른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나는 사람이 적은 왼쪽 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망이 좋아도 사람에 치이는 것보다

부족해도 거슬리는 것이 없이 시선을 둘 수 있는

이런 곳을 선호한다.


#

아침식사를 위해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들과는

반대 반향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던 이유인

따프롬과 따솜을 방문하기 위함이다.

계획에 없던 앙코르와트 일출로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기대했던 장면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페달을 돌리는 발 끝에 힘을 모아 본다.


새벽부터 먼길을 달려온 보람이 있다.

비스듬한 아침햇살과 

채 걷히지 않은 물안개.

잠에서 깨어나는 대자연의 하품까지도 들릴듯한

조용한 주변 덕에

작은 벌레소리, 저 멀리 새소리까지도 들린다.

내딛는 발자국 소리까지도 신경 쓰면서

한발 한발 사원으로 다가간다.


앤젤리나 졸리과 보았을 그것을 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밀림을 헤치고 나와 사원을 발견했을 때의

그녀가 보여 준 표정이

지금 내 얼굴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


가이드 북에서 오전 방문을 권하는 이유가 있었다.

신비로움이 100배 이상 추가되었고,

거무칙칙한 색으로 죽어있던 사원들이

빛의 움직임에 따라 색을 달리하고

바람 따라 흩날리는 물안개로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앙코르 사원 이후에는 

어디든 유적지를 방문하는 시간을 일부러 일출과 일몰로 잡게 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오래된 유적을 방문하게 되면

시시각각 변하는 햇살의 위치로 더욱 입체적일 뿐 아니라.

지각의 장애에서 오는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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