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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06. 2020

바라나시 뒷골목

진흙 위에 핀 연꽃 같은... 3초간의 사랑...

참 신기하다.

바라나시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바로 설사가 나온다.

두 번째 방문이라 면역이 생겼을 줄 알았건만

이 곳의 물갈이는 상상을 초월한다.(바라나시 병이라고 합니다.)

인도 북부는 남부에 비해 상당히 불결하고

북부 중에서도 바라나시는 '갑 of 갑' 더럽다.


갠지스강을 끼고 있는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갠지스강에서 목욕 한번 해보는 것이 평생소원이고,

죽고 나서 화장을 하면 그 강물에 재가 흘러가길 바란다.

화장터 바로 옆에서 갓난아기를 물에 담그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양쪽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여행자들이 바라나시를 다시 찾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라나시에서 일상은 상당히 단조롭다.

가트를 어슬렁 거리고,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때때로 미로 같은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맛집들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유명한 라씨집을 찾지 못해 한 골목을 여러 차례 오가던 중

골목을 돌아 나오던 한 여자와 마주쳤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던 그 여자는 바라나시와 대조되어

현실감이 없었다. 단발머리와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생글거리는

그 미소는 분명 찰나였지만, 길고 긴 여운으로 남아 있다.

사실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

뒤이어 따라온 그녀의 남자 친구가 아니었다면

고백을 했을지도 모른다.

진흙 위에 핀 연꽃 같은 그녀는

내가 바라나시에 대해 쌓아 온 모든 이미지를

한순간에 바꾸어 버렸다.


특유의 냄새와 길거리에 뒹구는 각종 분변들.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는 빨간 물줄기(빤:Paan을 씹고 뱉는 침).

똥 묻은 엉덩이를 들이미는 커다란 소들과

피부병 걸린 개들의 충혈된 눈.

그녀가 아니었다면 

바라나시를 떠나며 내 안에 담겨 있었을 이미지들이다.


나에게 바라나시는 

그 골목,

그 여인,

그 미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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