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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07. 2020

물질하는 간호사

스쿠버다이빙 Scuba  diving

AUD 223.00 해외 승인


PADI divemaster 프로 자격유지를 위한 회비가 빠져나갔다.

master 3년 차를 알리는 알림음이다.

첫 스쿠버다이빙 이후 2년 뒤 master 과정을 했으니

다이버로서는 5년 차에 접어든다.


#

 지는 수평선.

배를 뒤집는다.

위아래가 바뀐다.

지던 해가 떠오르는 해가 된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넘어간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캐러비안의 해적)


해녀들이 말한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고


수면 아래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수면에 떠서 아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그 다름을  이해하기 힘들다.


#

어릴 적부터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비싼 교육비와 만만치 않은 장비 가격

쉽사리 전할 수 없었다.

해외여행에 맛을 들이고 있을 즈음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면서 입문과정인

오픈워터 다이버를 등록하게 되었다.

교육비와 항공료를 합친 금액이

국내 교육비와 비슷했고, 해외여행까지 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

물속에서의 첫 호흡이 아직도 생생하다.

바다로 나가기 전에 제한수역이라고 불리는 수영장에서

각종 스킬 연습을 한다.

발이 닿는 수영장이지만,

호흡기를 입에 물고 물속에서 들이마셨던

건조한 공기의 촉감과

수영장 바닥에서 올려다 본 수면의 반짝임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

오픈워터와 어드벤스드 오픈워터 자격까지는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교육이다.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스큐 다이버 과정부터는 동행의 안전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많은 다이버들이 멋짐을 위하여 슈트를 입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슈트는 내 몸을 보호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1차적인 목적도 있지만

위급 시 부력 확보를 위한 수단이기에

레스큐 레벨 이상의 다이버가 래시가드를 입고 다이빙을 한다면

버디(파트너)의 안전을 책임질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버디 시스템 : 안전을 위한 시스템 2인 1조가 되어 서로를 체크한다.]


물속 세상은 더할 나이 없이 황홀했지만

수영장에서 첫 호흡만큼 강렬함은 없었다.

그러던 중 레스큐 과정에서 두 번째 멋진 경험을 하게 되는데

함께 훈련한 동료와 나누었던 눈빛이 바로 그것이다.

물속에서는 다양한 수신호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데  손으로 다 전할 수 없는 내용들을 눈빛으로 주고받았다.

한 사람의 눈동자를 그토록 집중하고 바라본 적은 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눈동자 속에 우주가 있다 했던가?

물속을 유영하며 우주를 볼 수 있었다.


 #

다이브 마스터 과정은

프로과정으로 다이빙 샵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자격과정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배웠던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게 되는데

수중 가이드를 해야 하고, 다이버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에

같은 내용이라도 무게가 다르다.

수면 아래로 하강을 위해 착용하는 웨이트 벨트의 무게를 추가하기

시작한 것도 다이브 마스터 과정 이후이다.

하강을 제대로 못하는 초급 다이버가 있는 경우

전체 팀의 투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추가적인 중량과

혹시나 모를 상황을 위해 여유 있는 부력을 늘 챙기게 되었다.


#

지구의 70%가 바다라고 한다.

그 바다 중 인류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은 2% 이하이고

스쿠버 장비를 이용한다고 해도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바다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바닷속을 여행할 수 있다면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수면 아래에 펼쳐진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스쿠버다이빙은 매번 지불해야 는 공기 값과 뱃삯으로 금전적인 부담이 있는 취미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러 사람에게 이 레포츠를 권한다.

비싼 장비를 구입할 필요도 없고, 높은 레벨까지의 교육도 필요 없다.

그저 당신이 알게 되었으면 한다.

다른 차원의  세상지금 바로 여기

당신 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을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스쿠버scuba는 약어 이다.


추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집은 불법입니다.

무분별한 채집은 생태계도 파괴하지만

다이버의 안전도 위협합니다.

(채집에 집중하다 보면 안전수칙 따위는 바이 바이)

바다의 소유를 두고 어민과 싸우기 이전에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대한민국 다이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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