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700원 (七00)'
이라고 쓰여 있었다.
엄마의 분식점에서 파는 라면이 500원이었으니
당시의 내 기준으로는 중국집이 분식집보다 고급이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돈 있어?"
"너 맡겨 두고 갈 거야. 심부름해서 짜장면 값 내고 와"
불편한 마음이 생겼지만 눈 앞에 놓여 있는 내 몫의 짜장면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릇에 머리를 박고 짜장면을 먹는 내내 머리를 굴려 보았다.
누나들 것까지 네 그릇이니 2800원.
얼마나 일해야 그 금액을 지불할 수 있을까?라고
10살도 안된 남자아이가
엄마의 지불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고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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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장사하면 하루에 얼마 벌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엄마에게 물었다.
"만 원."
매출이 만 원이라는 것인지, 순이익이 만 원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가장 큰돈을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내 머릿속은 상당히 복잡했었다.
아무리 계산을 해보아도
하루에 만 원을 벌어 네 식구가
먹고사는 것은 힘들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만원을 번다는 엄마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당연스럽게 엄마에게 용돈을 요구하거나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게 되었다.
어릴 적 엄마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엄마 다음에 저거 사줘"이다.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한
주문 같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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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그릇을 비우고, 엄마가 지갑을 꺼내 들 때면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반복되는 엄마의 장난에
나는 매번 속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에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꼈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제육볶음 30개 팔아야 하잖아요."
라고 울먹이는 필구를 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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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왜 나한테 잘 먹겠다 그래?"
"선생님이 계산하시는 것 아니었어요?"
"다 먹고 설거지하고 와. 최저시급이 8000원쯤이니까
두 시간만 하면 되겠네"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아무도 웃지 않는 이런 말을
개그랍시고 하고 있다.
어쩌면 30년 전 아이에게 말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많이 먹어 계산은 걱정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