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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Jan 25. 2020

간호사의 교대근무

교대근무의 장점

교대근무에는 많은 단점들이 있지만

10년을 넘게 잘 버티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리 5일을 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턱 막히고, 지겨움이 밀려오는 것을 보면

적응을 넘어서 선호하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

평일에 일하고 주말과 공휴일에 쉬는 삶을 살 적에는

상상해 보지 못했던 많은 변화들이

10여 년의 교대근무를 통해 일어났다.


#

매달 20일 전후에, 다음 달 근무표가 나온다.

신청한 휴무를 제외하고는 수간호사의 재량에 따라

데이. 이브. 나이트. 오프(휴무)가 표시된 근무표를 받게 된다.

근무표가 나오면 개인 스케줄을 정리한다.

자잘한 집안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 까지

포함시키고 나면

유명 연예인의 스케줄표와 같은

한 달 계획표가 나온다.

생활패턴이 급격하게 변화는 교대근무의 특성상

신경 쓰지 않으면 놓치거나, 약속이 겹치게 되어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투잡을 하다 보니 더 신경 쓰인다.)

간혹 계획표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 근무가 중심을 잡아 주니

크게 흔들리지는 않고 전체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계획적인 한 달, 한 달을 살고 있고,

어느샌가 신년 계획도 잡는 계획적인 인간이 되었다.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살았던 서른 전에 비해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

10년 가까이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가까운 지인들과의 만남도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잡는다.

"퇴근 후 맥주 한잔"과 같은 약속은 같은 근무조일 때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모임에 불참하게 되는 횟수가 늘고,

당연하게 유지했었던 관계들과 소원해지게 되었다.

서운했던 마음은 아주 잠깐이었다.

관계에서 한발 멀어지고 나니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에너지가 보였다.

'인간관계 다이어트'라는 말처럼

교대근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정리되었고,

관계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좋은 사람(나에게 좋은 사람)은 남았고,

노력해야 겨우 유지되는 인연이라면 굳이 잡고 있을 필요가 없음을 알 었다.


#

간호사의 교대근무는

때때로 임상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불면으로 과도한 음주력을 만들기도 하고,

만성적인 소화불량이나 변비를 안겨주기도 한다.

남들 쉴 때 일해야 하고,

남들 일할 때 쉬어야 하기에

대인관계에 장애가 올 도 있고

생활패턴의 변화로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쓰기도 어렵다.

셀 수 없을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교대근무는 쭈욱 이어져야 한다.

남들 다 쉬는 설날,

출근길 라디오에서 나온 말처럼

'자리를 지켜야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직업'이라면 말이다.



추가적이 장점.)

근무 조율을 통해 일주일 이상의 긴 휴가가 가능하다.

남들 일할 때 쉬어서 여유롭고, 저렴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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