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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Dec 25. 2019

영도 흰여울길

가파른 산자락빼곡히 들어앉은 주택들.

그리고 그 위에 자리 잡은 노랗고, 파란 물탱크들.

피란 수도 당시

부산으로 모여든 많은 난민들이 산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달동네.

부산 곳곳에서 이런 주거지역을 많이 볼 수 있지만

특히나 남포동을 중심으로 그 규모가 남다르다.


#

영도 흰여울길

영도를 순환하는 도로의 남서쪽에 위치한 이곳.

부산항의 반대편, 경사가 심해  영도 안에서도 개발이 더딘 이곳.

가파른 절벽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연결된 이곳.

지금에야 멋진 조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다리를 건너 이곳 판잣집에 몸을 누인 이들은

바닷바람에 발이 시렸을 것이다.

밀리고 밀려 벼랑 끝에서야 자리를 잡았을

그들의 마음 느껴본다.


#

하루 종일 등짐을 지어서 허리가 뻐근하다.

그래도 국제시장 덕에 몸만 성하면 밥 굶을 일은 없다.

고향을 등지고 부산에 온 지 두 해가 넘어가는데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게를 지고 대교를 건너 집으로 향한다.

경사가 심해 판잣집을 얹기도 힘든 곳이었지만,

궁하통한다고 했던가, 땅을 다지고,

얼기설기 판자를 엮으니 한 몸 누이고 밤이슬을

막아줄 집이 생겼다.

이불속까지 들이닥치는 바닷바람은 어찌할 수가 없다지만

어시장에주워 온 판자를 덧대다 보면

겨울이 오기 전에는 그럴 듯 해질 것이다.

덤)부산항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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