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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Mar 18. 2020

봄을 느끼는 방법

양산 순매원


황량하던 산천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꽃들이야 말로
봄을 알리는 최고의 신호가 아닐까 싶다.



경칩이 지나면 다양한 봄꽃 개화 소식이 들려온다.

노란색 자그마한 산수유,

부담스러울 정도의 하얀 꽃송이를 가진 목련,

서른이 넘어서야 철쭉과 구분할 수 있게 된 진달래.

경쟁하듯 봄을 알리려는 여러 꽃 중

나는 매화를 가장 좋아한다.


사군자 중 하나로 지조를 상징한다지만

그런 의미는 매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벚꽃과 닮았지만 그만큼 화려하지 않아 좋고

차가운 바람사이로 피어난 그 억쌤이 좋다.

두꺼운 겨울잠바를 껴입고 바라보는

매화 사이의 봄기운이 좋고,

낮게 뻗은 가지 사이로 머리를 내밀 수 있어 좋다.




매년 이맘때면 부산 근교 양산으로 매화를 보러 갑니다.

평일이면 인파에 시달릴 일이 없어야 하는데

봄꽃을 맞으러 온 사람들이 참으로 많네요.

꽃나무 사이를 누비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비장합니다.

바이러스를 피하려 집안에만 있었던 탓에

묵힐 때로 묵혀진 것들을  봄바람으로 털어내려는 것 같습니다.

인기 없던 먹거리가 불티나게 팔립니다.

억눌렀던 외식 욕구까지 폭발한 것이겠지요.

매화나무 아래 마련된 테이블에 모여 앉아

뭔가 아쉬운 파전과 그만큼 아쉬운 떡볶이와 어묵을 나누어 먹습니다.

매화가 열려있는 가지 사이사이로 하얀색 마스크가 나풀거립니다.


떡볶이 한가득을 입에 물고 그녀가 이야기합니다.

"자택 근무하랬더니 다들 일 안 하고 놀러 나왔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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