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부모님이 식당을 하신다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밥알의 밀도가 높아야 한다.
쥐었을 때 힘 조절에 실패한 듯 한,
그렇게 꽉 쥐어져 밥알 사이사이 빈 공간이 없는
그런 김밥이 좋다.
밥에 양념 따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
초밥을 하듯 무압으로 짓고,
으스러질까 칼질하듯 주걱질을 하고
거기에 양념까지 코팅되어있는
그런 김밥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속재료의 처리가 완벽하지 않아야 한다.
채소의 풋내와 고기류의 짠내가 날 것으로 어울려져
재료의 조화 따위는 1도 신경 쓰지 않은 듯한
그런 김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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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김밥이 자주 당긴다.
다양한 김밥들이 있고, 심지어 김밥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시대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김밥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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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전 엄마가 하는 식당을 들러야 했다.
간단한 심부름과 함께 끼니를 때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패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방을 내려놓고 내 전용 다찌 좌석에 앉으니 눈앞에 김밥 세줄이 놓여있었다.
"엄마 김밥 하기로 한 거야?"
김밥을 메뉴에 추가할 것을 몇 해 전부터 권했었는데
드디어 김밥이 우리 식당의 정식 메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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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날 아침
손님들에게 내놓는 똑같은 김밥을(맛살 하나 더 들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손님들에게 포장해주는 똑같은 용기에 담아 가방에 담아 주셨다.
친구들은 엄마의 김밥을 좋아했고, 나는 그런 친구들과 내 것을 바꿔 먹었다.
집에 있는 모든 재료를 다 집어넣고 서툰 솜씨로 꽉꽉 눌러 만든 친구 엄마표 김밥이
인스턴트 향 가득한 엄마의 김밥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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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를 할 때
집밥이 그립다는 친구들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 앞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조차 느낄 수 있던 엄마의 손맛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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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운영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엄마의 냉장고는 여전히 다양한 재료들로 가득 차 있다.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뚝딱 만들어 주는 요리 프로그램 셰프들이 매우 좋아할 만한
그런 냉장고이다.
"아귀찜 먹을래?"
보통 엄마들이라면 큰 맘먹고 장을 보고, 레시피를 펼치고 한참을 애써야 할 만한 음식들이
30분이면 상 중앙에 놓인다.
마치 마법을 부리듯 뚝딱 한상을 차려내는 엄마의 솜씨가 놀랍기도 하지만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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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음식은 대부분 완벽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음식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부족한 솜씨를 의욕과 노력으로 채워 만든 그런 음식을 더 좋아한다.
엄마의 음식에 정성이 부족하다고 타박하는 글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PS.
집에서 만든 딱딱하고 눅눅한 튀김을
일식집의 바삭한 튀김보다 더 좋아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너에게
해주고 싶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