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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Aug 15. 2019

쉼표,,, 라오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외국이 좋은 게 아니고 한국이 싫은 거지

여유만 생기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나를 보고 왜 그렇게 해외여행을 좋아하냐고 누군가 물었다.

나는 한국이 싫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국이 싫다고 한 대답은 잘못된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삶이 싫다고 대답했어야 했다.

2015년에 라오스를 다녀와서 적은 글을 보았다.

  ' 나는  왜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나름의  답을 적은 글이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5년 2월, 나의 여름은 시작되었다.

    

황금 같은 8일간의 off를 받아 라오스에 다녀왔다.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이 곳 라오스는 모 방송으로 인해 한국 여행객들이 급증했고,

배낭여행자들에게 라오스 한인촌이라는 별명이 생겨버렸다.

비엔티안과 블루라군으로 유명한 방비엥을 돌아보는 일정을 잡았고,

아무 눈치 보지 않고 푹 쉬는 게 목적이었던 만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하루하루를 쉬었다.

조용한 거리, 꼭 방문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야 할 만큼의 유명한 곳이 없어

더욱더 제대로 된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비엔티안의 게스트하우스에서 2박 후,  4시간여 버스를 타고 방비엥으로 갔다.


방비엥에서도 치밀한 휴식은 계속되었다.

쏭강에서의 튜빙, 블루라군에서의 다이빙,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시골길을 달렸고,

바게트 샌드위치와 라오 비어를 양손에 들고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마감했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대화 없이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있다 보면, 스스로에게 참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수년 전 배낭여행으로 대만을 다녀온 후 SNS에 남겨 글이 떠오른다.

“근육통으로 무거운 다리, 그만큼 단단해진 마음.”    


방비엥의 Bar에서는 happy hour에 공짜 술을 마실 수 있다.

Bar마다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9pm부터 시작된다.

신나는 음악과 공짜 술을 마시고, 어느덧 삼삼오오 짝을 이루게 된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친한 친구사이에서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장점 중 두 번째가 익명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익명성이 주는 편안함으로 자신의 깊은 곳을 들어낼 수 있고,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심리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어릴 적 방학이면 시골의 할머니 집에서 한 달쯤 보내곤 했었는데,

방비엥의 하루하루가 그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5일간의 방비엥 일정을 마치고, 다시 비엔티안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한 렌터카 회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한인 쉼터의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공짜 커피를 즐겼다.

틈틈이 라오스의 뜨거운 태양 아래로 나가, 식사도 하고 기념품도 구입했다.

8일간 고이 접어두었던 일상의 기억들도 다시 꺼내보았다.

짧은 여행의 아쉬움도 남지만, 일상으로의 복귀가 싫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장점 중 마지막은 자신의 문제를 3자의 입장에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멀어진 거리만큼, 객관적인 입장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가끔씩 라오스에서의 하루하루를 떠올려 본다.

특별한 두근거림은 느낄 수 없지만 나도 모르게 피어나는 흐뭇한 미소..

방비엥에서 먹었던 바게트 샌드위치 먹고 싶다.


자유여행은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서 잘지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한다. 순간순간이 작은 미션이 되는데  그런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즉각적인 보상을 받는 것, 그것이 내가 자유여행에 중독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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