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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Aug 24. 2019

타이베이

자유여행은 처음이에요

경고 : 이 이야기에는 타이베이 여행 관련 정보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2019년 4월.

부끄럽게도 우수사원으로 선발되어 대만의 가오슝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다.

말이 연수지 직장동료들과 함께하는 단체 패키지 관광이었다.

패키지 관광이라 환전 말고는 준비할 게 없었다.


대만은 두 번째 방문이다.

십 년 전쯤 타이베이에 여행을 었다.

지금은 자유여행에 대해 요령이 생겼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

가이드북 하나를 손에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본은 가봤고, 중국은 무섭고

그래서 선택한 내 첫 자유여행지는 대만의 타이베이였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 달 이상 여행을 준비해야 했고, 가이드 북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정리하였다.

출국과 기내, 입국 시 발생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공부가 필요했고, 출국장의 몇 번 게이트로 나가 몇 번 버스를 타는지,

정거장 뒤에 내리고, 소요시간은 얼마쯤 되는지 까지 다 확인해야 했다.


유심칩 같은 것은 없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라

지도를 보고 해 뜨는 방향으로 방위를 잡아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예약 어플 같은 것은 당연히 없었기에 가이북에서 추천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무작정 찾아가 방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아열대 기후의 나라라는 정보가 있었으므로 정 안되면 노숙을 하고,

3일 정도는 굶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는 여행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다져져 있었다.

'I want~'로 시작하는 몇 개의 문장으로 내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도 영어를 못했기에 편안하게 바디랭귀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궁금함과 답답함은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움직일 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근교를 이동하는 일정에서도 가이드북을 벗어나지는 못했는데

지우펀에서 버스를 잘못 타 기륭으로 가는 바람에 가이드북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었고,

지도 밖을 나섰던 일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동수단을 찾지 못하면 5km쯤은 그냥 걸어 다녔다.

지하철 노선이 없는 곳은 시내버스가 있었음에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초보 여행자에게 낯선 나라의 시내버스 너무 무서웠다.

(차내 안내방송은 only 중국어, 노선도도 중국어)


아침은 지하상가의 푸드코트에서, 점심은 관광지 근처의 만만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로 때웠지만 매 순간순간이 즐거웠다.

대만은 미식 여행이라고들 하는데, 손님이 줄지어져 있는 맛집에서 바디랭귀

구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동행이 없었기에 2박 3일 동안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첫 자유여행 이후 좋았던 점들을 적어놓은 노트가 있다

1. 준비하는 동안에도 여행하는 기분이다.(이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2. 메고 있는 배낭 안에 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현실의 짐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3. 구글 지도를 보면 내가 걸었던 길이 머릿속으로 떠오른다.(패키지를 하게 되면 절대 불가능하다.)


타이베이 여행 이후 자유여행과 나 홀로 여행

의 원칙을 지키면 여행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인 동행이 생기면, 그와 나 사이는 한국이 되어버린다.

전신의 피부에 와 닿던 타국의 향기는 너와 나 사이의 한국에 의해 막혀버린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유심을 구입하고 SNS가 연결되면

외부를 느끼는 감각에 장애가 생긴다.


올 초에 미얀마를 가면서 처음으로 유심을 사용해 보았다.

너무나도 편리한 그것에 감동도 했지만, 온전히 미얀마를 느끼지 못했다는

자책도 든다.(하지만 다음 여행에도 유심을 구입할 것 같다.)


대만은 십 년 전과 다름이 없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대만은  년째 경제성장률이 제자리라고 했다.

 예전에는 한국 물가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가오슝에서 느낀 물가는 한국의 절반 정도였다.

(하지만 가이드가 데리고 다니는 가게는 한국보다 비싸다.)


지인들에게 자유여행을 추천할 때 대만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솔직히 특별할 것 없는 여행지라고 생각한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작은 중국, 맛보기용 중국, 일본 같은 중국이라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아주 적절하다.

하지만 대만의 타이베이는 나에게는 특별하다.

첫 자유여행지였고, 처음으로 온전히 혼자였고, 매 순간순간이 도전이었기에 그렇다.

추천하진 않지만 나는 또 대만 여행을 준비한다.

다음은 타이동이다.


끝으로 가오슝 연수시

동료직원들에게 강요했던 구호를 외쳐본다.

가오슝! 왔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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