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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Aug 26. 2019

포기할 것이 많아서 행복하다.

스무 살의 억지 깨달음.

포기할 것이 많아서 행복하다.

빈둥거림의 이유를 군대 탓으로 돌렸던 이십 대의 여름날에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쭉 적어 보았다.

할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였다면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울분이 터졌다.

하나하나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적어보았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준비 없이 가정을 꾸린 어머니께 원망이 돌아갔다.

그렇게 나쁜 마음을 내뱉다 보니 어느새 맘이 텅 비어졌다.

그러고는 다시 내가 적어놓은 목록을 보았다.

'포기해야 될 것들이 참 많다.'와

'하고 싶은 것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살아있고, 느낄 수 있고, 그만큼 배웠기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만큼 포기해야 할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삶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할 것이 많아서 행복하다.

기특한 생각을 했던 나의 이십 대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 말장난으로 스스로 위로했던 나에게

'잘 버텼다.' 말과 함께 위로를 전하고 싶다.


나는 행복하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지 않으니까~


소설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에서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중요인물이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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