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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Sep 03. 2019

유도(JUDO)하는 간호사

만화책을 통해 유도를 접한 후, 그 매력에 빠져 유도관의 문을 두드렸

이후 인생의 절반을 유도와 함께 하고 있다.

처음 몇 년간은 정말 열심히 했고,

이후 몇 년간은 멀어지기도 했으나, 꾸준히 이 운동과 인연을 맺고 있고,

덕분에 부산시 대회에 입상도 여러 차례 봤고, 지금은 4단을 받아 사범 소리도 듣고 있다.


꾸준하게 무엇인가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상위 권이 되는, 힘들지만 당연한 방법이라는

취지의 글을 브런치에서 본 적이 있다.

한 가지 운동을 꾸준하게 해왔고,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은

유도가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이다. 

가끔씩 운이 좋아 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것도

'존버'라고 하는 요즘 말처럼 버티고, 유지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도했기 때문에

받게 된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브런치 매거진 <JUST 끄적거림>은 나의 성장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나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가 있지만,

그중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유도(judo)'이다.

유도에 대한 매거진을 따로 만들고 싶을 만큼

이 운동에 대해서는 할 말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이 있지만 유도 관련 글을 쓰기엔 내 유도 실력이 너무 보잘것없다. 국가대표 출신 유도가들이 여러 매체에서 기술에 대한 강의를 하는 요즘에

유도기술로 깨달은 몇몇 것들을  글로 옮기는 것은 사실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특기란을 채우는 것은 '유도'이다.

간호사로서 첫 번째  취업을 위한 면접장에서도 유도의'누르기'메커니즘을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형편없는 실력이라고 한 부분과 특기라는 부분에서 모순점이 있으나,

5천만 중에 유도 실력으로 상위 10%라는 취지의 특기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유도 인구가 5백만이 되지도 않으니 시작만 하면 당신도 상위 10%)


유도의 메커니즘은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유도의 기본이 되는 밀고 당김이 그러하고.

직선으로 버티는 상대에게 같은 방향이 아닌 회전을 이용해 틈을 파고드는 것 또한 그러하다.

내 주특기가 있어야 상대를 흔들어서 반대방향으로 기술도 쉽게 걸 수 있게 되고, 상대를 넘기기 위해 내 중심이 저 무너진다면 되치기를 당하기도 한다.

어떤가? 흡사하지 않은가?


유도를 통해 사람을 상대하는 여유를 배웠고, 유도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보아오던  친구들이 이제는 소주 한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각 무도에는 그 무도를 특정할 수 있는 거리싸움이 있는데  유도 그 거리가 매우 가깝다 보니, 함께 수을 하다 보면 특유의 친밀감 생긴다. 내 인간관계 중 절반 이상이 유도로 맺어진 인연들이고 이건 모두 나에게 유도를

가르쳐주신  관장님 덕분이다.


시합을 하지 않고 몸만 풀다가 집으로 가는 선배들을 무시했던 적도 있다.

실전성 없이 말뿐이던 그들의 유도를 비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퇴근 후 유도복을 입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고,

꼰대 갔던 그들의 가르침 속에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어린 친구들에게 무시받는 유도 꼰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그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기에 넘어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습 시합을 한다.

넘어가는 것은 부끄럽지 않

넘어가는 것이 두려워 시합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은 두렵다.


언젠가부터 여러 가지 기술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주특기라고 여기는 자신 있는 기술 몇 개 만을 사용해 시합을 했다.

불완전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꼰대 기질이 나와 그렇다.

상대를 나 보다 고수로 설정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해 봤다.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하나씩 내 것이 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도 관련 영상을 보고 배운 것을 실제로 사용해 보고

조금씩이지만 발전하고 있음 느낀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체력과 끈기의 부족이 아쉽다.


오랜만에 유도장에 간다. 교대 근무라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 갈 때마다 행복하다.


 "운동 가?"라고 물어본다.

"아니 유도장에" 


나에게 유도(Judo)는 운동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기할 것이 많아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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