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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Aug 23. 2019

모태 혼밥러

혼자 먹는 게 편해요

나는 특별히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와 함께 식사를 할 때, 나의 배려심은 하늘을 찌른다.

가령 친구와 밥을 먹는 경우

두 가지 메뉴를 주문 후, 상대방이 무엇을 잘 먹는지 관찰하고

이왕이면 상대가 잘 먹지 않는 쪽의 음식을 먹는다.

탕수육 같은 공동의 메뉴가 있다면,

남들이 충분히 먹기를 기다린 후에야

그들의 양에 미치지 못하게 먹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도 아니고,

상대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음식을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나 크기에

상대도 그 음식을 엄청나게 먹고 싶어 할 것이라는

이상한 관념이 박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언제부터였는지? 어떻게 생겨난 관념이지 알 수 없지만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가곤 했다.

혼자서 식당을 운영하셨기에 잔심부름도 해드리고,

설거지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 시간에 상관없이 끼니를 때우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순서였다.

식당의 메뉴를 어머니께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고,

가끔은 준비해놓으신 반찬으로 밥을 먹기도 했다.

학기 중에는 거의 대부분 혼자서 밥을 먹었다.

그러다 방학을 하고 누나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어떤 불편감이 있었는데,  삼 남매 앞에 놓인 햄이 5조각이면,

나는 항상 한 조각 이상을 먹지 못했다.

하나를 더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누나들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촌집에 놀러 가서 밥을 먹을 경우

햄 한 조각을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형제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혼자 밥 먹는 것이 편하고 좋다.

내 앞에 놓인 음식은 온전히 내 것이기에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고,

고민도, 배려도 필요 없다.

가끔 타인과 식사를 해야 할 경우에는

음식이 남는 마지막을 기다렸다가 뒤처리를 하기도 하고,

내가 음식을 준비하는 주체가 된다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넉넉하게 준비한다.


'손이 크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 할 때 넉넉하게? 아니 넘치게 하는 사람들인데

아마 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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