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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Sep 27. 2019

탄중아루해변에서의 선셋

코타키나발루 세계3대 선셋(Sunset point)

해가 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찾지 못해 결국 택시를 선택했다.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택시는 여간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택시를 잡았다.

코타키나발루까지 와서 세계 3대 선셋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탄중아루 해변에 도착했다.

기대했던 열대의 해변은 아니다. 노점이 즐비하고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유명 선셋 포인트라 사람은 많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세계 3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다.


수평선 아래로 해가 조금씩 사라진다.

주변이 어두워지는 만큼 선셋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수도 줄어든다.

선셋은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 이후  한 시간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법인데

인증사진만 찍고 자리를 뜨기 바쁘다.


택시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무렵,

하늘색이 서서히 변하고, 바다까지 그 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한다.

첫인상에서 실망을 줬던 거무튀튀한 모래들까지 하늘색으로 변한다.


탄중아루 해변은 모래가 특이하다.

한국 서해안의 갯벌처럼 파도가 지나간 자리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다.

물기 가득한 모래가 커다란 거울이 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해가는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다.


지고 있는 저 태양은 어제도 보고 그저께도 보고, 아마 내일도 볼 태양이다.

항상 나비춰주던 저 태양이 유독 이곳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특별한 모래 덕분일 것이다.


해를 보고 있는 것인지 특별한 모래를 보고 있는 것인지 헛갈린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해를 보기 위함인가?

모래를 보기 위함인가? 이 또한 헛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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