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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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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Sep 13. 2019

바간에서 일출 보기

미얀마 여행

여명이 밝기 전, 어둠을 헤치고 난민 타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즐비한 관광버스들을 본 지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타워의 상층부는 이미 중국인 단체관광객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미얀마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흥분되었다.

'드넓은 초원에 펼쳐진 불교사원과 탑들, 일출의 햇살과 함께 어우러지는

형형색색의 열기구들.'

수천 년의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한 장의 사진이

내가 미얀마 여행을 꿈꾸게 된 하나의 이유였다.


바간에 도착한 4일 전부터 일출 명소를 찾아 돌아다녔다.

탑을 오르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고는 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군데군데 오를 수 있는 탑이 있다고 하였고, 그러한 곳을 찾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올라갈 수 있는 야트막한 몇 개의 탑을 발견했지만 기대하던 풍경은 볼 수 없었고,

결국 이 난민 타워(탑을 오르는 것이 제한되기 전에는 노약자들을 위한 일출 명소였다.)를 

바간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오르게 되었다.


나쁘지 않은 자리를 잡았다.

남동쪽을 바라보는 타워의 가장자리이다.

햇살이 사원과 탑을 비껴서 비출 것이고, 정면으로 열기구 무리를 볼 수 있을 자리였다.

밤새도록 내공을 채워 왔기에 무례한 셀카봉들의 뒤통수 공격과 중국인 단체의 사자후는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꺽지 못다.


검은색 하늘이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하고,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을

주황색으로 물들인다.

사람들이 타워의 동쪽 끝으로 이동지만, 나는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출을 보러 온 것이 아니기에 지금의 자리가 딱 내가 원하는 자리다.

낮게 깔린 안개 사이로 사원들이 보인다. 안개와 사원과 듬성듬성 모여있는 초목들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사이를 햇살이 채워준다.

반대쪽에서 함성이 터진다.

열기구들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번 이동을 하지만

난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어차피 열기구는 내 앞으로 올 것이다.

4일간의 일출을 지켜보면서 열기구의 방향쯤은 이미 확인 해 놓았다.

사원의 대부분이 붉은 돌로 지어져 있다. 앙코르와트의 검은색 사원과  인도 함피의 흰색 사원

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불교사원과 힌두사원의 차이는 고려하고 싶지 않다.)

붉은 돌로 지어진 사원과 탑이라일출이나 일몰 시 더욱더 신비한 느낌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해가 완전히 동그란 모양을 갖추었다.

주황빛이던 햇살이 금빛으로 바뀌었고, 인솔자의 한마디에 단체 관광객이 타워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나의 시간인가?'

이제 더 이상 자리싸움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여유가 생기고 타워의 상층부를 둘러본다.

의자도 있고, 카페도 있다. 전망 좋은 곳에 의자를 놓고 커피를 주문한다.

정리하려던 참이라 설탕이 없다고 한다. 상관없다.

덕분에 주전자 째 받았다.  석 잔은 나올 듯하다.

금빛으로 변한 햇살 덕에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열기구도 충분히 떠올라 있다.

열기구는 타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자위한다.

(너무 비싼 열기구 투어ㅜㅜ)

빈 잔을 커피로 채운다. 어디선가  나무 는 냄새가 난다.

타워의 서쪽을 내려다보니 전통가옥이 모여있다.

E-bike를 타고 다니다 보면 오토바이를 탄 미녀들이

다가와 자신의 마을을 소개해 준다고 하는데 저곳이 그곳인가 싶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 냄새가 난다.

(나중에 가이드비를 요구하거나 수공예품을 강매함.)

배가 고파온다. 어제 발견한 맛집에서 미얀마식 커리를 먹고 싶지만

이른 아침이라 장사를 시작했을 리 없다.

커리는 점심으로 미루고, 호텔도 돌아가 무료 제공 조식을 먹어야겠다.


후기)

미얀마인들이 나를 보며 "럭키!"라고 불렀다.

나를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대접해주니 나 또한 최대한 해맑은 표정과 말투를 유지하였다.

E-bike 를 반납하던 날, 헬멧에 선명히 적혀있는 <LUCKY>를 보았다.

지나치게 해맑던 이 한국인이 그들에게 이상하게 비치지 않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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