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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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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Oct 12. 2019

길리(Gili) 가는 길. 2nd

남반구의 하루

연예인들이 식당을 차리고 영업을 한다.
한적한 시골스러움과 그 옆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화면에 담긴다.
한 출연자가 바다로 뛰어들어 커다란 거북이와 함께 헤엄친다.
수영복을 입은 서양인들이 차를 마시며, 키스를 나누고
해수욕을 즐기기도,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TV에서 방영된 예능프로그램 속의 길리섬을 본 후,

마음 한편에 늘 길리를 품고 있었다.

내 마음속의 그곳은 지상낙원과 같은 곳이었고,

내가 원하던 진정한 휴식이 준비되어 있을 것 같았다.





길리까지 오는 과정이 힘들긴 했었나 보다.

지난밤, 빈땅 맥주 한 병에 취기가 돌더니 언제 잠들었는 모르게 깊은 수면을 이루었다.

숙소에 마련된 식당으로 가서 조식과 커피를 주문했다.

입맛이 없었지만 숙박비에 추가적인 지불이 많았던 터라

억지로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8시 30분까지 샾으로 오라고 했지'

스쿠버다이빙을 예약한 샾에서 메시지가 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아침산책을 하기로 한다.

"딸랑딸랑"

경쾌한 종소리와 말밥굽소리가 들린다.

길리는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기에 마차와 자전거가 주 이동수단이다.

말똥 냄새와 어우러진 바다 냄새가 나쁘지 않다.

지난밤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가게 앞 길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 아침이지만 햇살이 따갑다. 남반구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발리 유일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샵에 도착했다.

길리에서 쉬이 만나보기 힘든 동포들이 여기 다 모여있는 듯하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생과 펀 다이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현지 가이드로부터 오늘의 다이빙 포인트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을 듣는다.

영어 듣기 평가하듯 귀를 세운다.


길리섬에 사는 고양이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르면 다가오기도 하고, 무릎에 앉기도 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사람에게 해를 입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길리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고양이를 통해 느낀다.

고양이처럼 거북이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귀찮다는 듯 눈 한번 꿈뻑이고는 하던 짓을 마저 한다.

휴식을 취하던 상어도 마찬가지다.

얼른 돌아보고 가던 길 가시라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그렇게 평화롭게 산책하듯 물속을 다녀왔다.


다이빙은 오전만 했다.

오후까지 다이빙을 해버리면

길리에서의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안길을 따라 어슬렁거린다.

한 손에는 물안경과 오리발을 들고 있다.

뜨거운 태양에 몸이 덥혀지면 언제든 물속으로 뛰어 들 참이다.

점심부터 썰물이라

스노클링을 하기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거북님과 상어님을 만나고 오 길이라 큰 욕심도 나지 않는다.

해변가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수박주스를 주문한다.

길리의 물가상당히 비싸다.


해가 진다.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여기저기 예쁜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의 옷차림도 서서히 변한다.

수영복이나 캐주얼 차림에서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꺼내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자기 덩치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타인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그녀들이

천생 여자로 변신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길리는 파티장이 된다.

번잡해지는 메인도로를 뒤로 하고 남쪽으로 걷는다.

시끄럽던 음악소리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조용히 앉아 석양을 감상한다.


어둠이 눈에 익는다.

길리의 남쪽 끝에는 조명이 거의 없기에

하늘의 별을 선명히 볼 수 있다.

은하수가 보인다.

별자리는 잘 모르지만,

지금 보는 저 별은 내 생애 처음 보는 별 것이다.

여기는 남반구니까.


다시 북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다이빙을 함께 했던 이들과 약속이 되어있다.

동포들과 함께 하는 party tim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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