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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비열한백구
Oct 03. 2019
길리(Gili Trawangan)가는 길.
아끼다 똥 된 이야기.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발리 롬복섬에 도착했다
.
입국장부터 택시기사들이 따라붙었지만
배낭여행자로서 이왕이면 로컬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상한 신념이 발동해 버린 탓에 그들을 무시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
오후
2
시
.
선착장까지는 버스로
2
시간이라고 했으니
마지막
배를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
여기
에
내려서 방살로 가는 택시를 타
."
버스 안에 남아 있는 손님은 나뿐인 상황에서
기사가 택시를 탈
것을 권했다
.
길리로 가는
배를 탈 예정이던 성기기
선착장
에는
운
항하는 배가 없다
고 했다
.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가 많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던 탓이라
그의 제안을 거부했다
.
"
Nope.
성기기까지 가는 표를 샀으니 거기까지
갈 거야"
혼자 남은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먼길을 가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해 버렸다
.
30
분을 더 달려 성기기 선착장에서 버스를 내렸다
.
'
어딜 감히
'
현지인의 첫 사기
행각에
대해
통쾌
한 승리를
했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선착장으로
들어섰다
.
"
길리 가는 배
는
끝났어
.
가려면 개인적으로 빌려야 해
"
우리 돈
4
만 원 정도를 요구한다
.
'
이것들이 누굴 호구로 보나
'
잘 기르고 있던 수염을 자른
것이
후회된다
.
남자의 수염은 장기 여행자로서 내공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데 그걸 밀어버
린
바람에
호구 취급당하는 것 같다
.(
장기여행자 코스프레를 좋아한다
.)
방살선착장으로 가기로 했다
.
버스기사를 말을 듣지 않은것이 후회되는 순간이다
.
배 시간도 촉박한데
택시가 없다
.
지나가는 승용차가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
방살선착장까지 이만 원 정도의 금액을 요구한다
.
만 오천 원으로 깎고 차에 올랐다
.
구글 지도를 보니
30
분 정도 걸린
다
고 나온다
.
방살선착장에 도착했으나 섬으로 들어갈 보트는 없다
.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어떤 이가 다가와
4
만 원에 섬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
이미 예약되어있는 숙소
,
내일 부터 진행되는 스쿠버 다이빙이 생각난다
.
3
만
5
천 원으로 깎았다
.
먼길을
돌고 돌아
길리 트라왕안 섬에 도착했다
.
몇 년 전에
TV
에서
보
고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
하지만 지칠대로 지친
여행자는 섬을 온전히 즐길 수 없
다
.
주린 배를 대충 채우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갔다
.
"
Sorry.
방이 없어요
."
어플을 이용해서 예약을 했고
,
카드 결제까지 되었기에 당연히 예약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
오전에 온 예약 취소 메일을
그제야
확인했다
.
저렴한 숙소를 구한답시고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예약을 한 탓에 근처에는 숙소가 없다
.
번화가까지 다시 걸어가기도 싫고
어플을 이용하고 싶지도 않
던
차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
묶을 수 있는 방이 있었고
,
매니저가 한국인이었다
.
하루에
400.000
루피
.
우리 돈 약
4
만 원인데
3
일분을 지급해버렸다
.
피곤해서였는지
.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
참 싸다
.'
라는 계산이 되어버렸다
.
3
일에
4
만 원이었던 숙박비
가
12
만 원이 되어버렸다
.
버스비
와
보트
비 포
함
,
우리 돈
만원
정도로
공항에서 길리섬까지
오
려고 했다
.
아마 공항에서부터 택시를 이용했으면
총
삼만 원 정도
들
었을
것이고
,
성기기에서 보트를 탔다면 방살까지 가는 만 오천 원은 또 절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이동이 수월했다면 어이없는 계산으로
3
박에
12
만
원이
라는 거금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다
.
자유여행을 하다 보면
매
순간순간이 미션들이
다
.
그것
들
을 수행함으로 받게 되는 작은 성공이라
는
보람이 하루를 마감할
때쯤에는
든든하게 가슴을
채우
게
된다
.
그러나
오늘 하루는 실패의 연속들이었
다
.
십 년간 쌓아온
여행에 대한 내공이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
조금
아끼려다 큰돈과 함께 많은 시간을
길에다가 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
길리섬에 어둠이
내려앉
고
조명들이 불을 밝히면
,
작은 섬은 하나의 파티장으로 변해간다
.
흥겨운 음악과 세계인의 웃음소리가 뒤 썩인 이곳에서
상처 받은 여행자는 그것들을 즐길
수
가 없다
.
나시고랭은 목이 메
이
고
빈땅맥주는 그 목을 풀어 주지 못한다
.
'
익숙함
'
에 젖어 게으른 여행을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루틴이 무너졌으니 더 견고한 방식을 만들면 될 것이
지
만
,
지금 당장의
축
쳐진 마음을 일으켜 세울 무엇인가는 없다
.
비싼 방에 들어가
잠이나 자야
겠
다
.
여행 시
사전 계획에 없
는
행동은 최대한 지양하는 편인데 처음부터 틀어진
이번
여행은
즉흥적인 일정 조율이 많
았
다
.
(
스마트폰과 유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듯
)
.
원했던 것을 만족스럽게 얻지는 못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
잘 못 들어선 길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이랄까
배낭 한 켠에 늘 자리하던
가이드북과 이별을 고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
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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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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