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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비열한백구
Nov 16. 2019
함피 HAMPI
INDIA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디 콘티가 함피를 보며 한 말이다.
함피를 가 본 사람이라면 위의 표현에 두말없이 동의를 할 것이라 생각된다.
마탕가 힐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60M의 야트막한 곳이지만, 오르기 험난한 돌산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석양이 멋있다고는 들었지만
더운 날씨에 굳이 등산을 하고 싶지 않아 미루던 곳이었는데,
오르지 않았다면 평생을 후회할
뻔했다.
함피의 풍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한다.
흰색의 화강암이 석양에 따라 붉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어쩌면 못 보고 지나쳤을 이 풍경들이 감사하다.
여러 우연
과
운 좋은
선택
이
겹
쳐
이 자리에 앉
아
있
게
된
스
스로를
칭찬한다.
막연히 인도 여행을 꿈꿀 때만 해도 남부 쪽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왕복 40만 대의 저렴한 항공료를 발견한 덕에
케랄라주의 코치가 여행의 시작점이 되었고,
어떻게 하면 빠르고, 저렴하게 북부로 올라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가이드북을 뒤적일 때,
함피를 알게 되었다.
함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 곳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갔
고,
북부를 가기 위한 환승역 같았던 곳이 어느새
인도 여행의 메인
이
되
어버렸
다.
함피는
눈이 즐
거
운 곳이다.
헤마쿠다 힐에 앉아 하루 종일 멍 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덕 위의 다양한 유적들이 자연적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어
뜨거운 낮시간을 보내기에도 적합하다.
힌두교 사원은 캄보디아 이후 두 번째로 접하는 것이다.
앙코르와트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훼손이 심한 반면
화강암으로 지어진 함피의 사원들은
그 모양이 선명하다.
돌을 옮기고
,
깎던
이들의
땀방울이 어딘가엔 맺혀 있을
것 같이
보존이 잘 되어 있다.
함피는 유적과 마을의 구분이 모호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적을 개조해서
식당이나 가게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그러한 모습을 볼 순 없지만
,
현재의 삶과 과거의 기억이 맞물려 있는 이런 곳은
타임슬립을 한듯한 착각과
함께
유적 자체와 하나가 된듯한 느낌
을
주기에 좋다.
함피에는 원숭이가 많다.
원숭이의 신 하누만이 모셔진 사원도 있다.
서유기와 손오공의 고향이라 유독 원숭이가 많은
것이라고 한다.
창가에 바나나를 놔두면 방범창 사이로 손을
뻗는
녀석들을 볼 수 있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
손을 어쩌지 못하고
어색하게 내 눈치
만
살핀다.
그런 녀석들이 귀여워 몇 개의 바나나를 쥐어 줬더니
소문이 났나 보다.
숙소에 돌아
갈 때마다
원숭이
열댓 마리가 창가에 매달려 있다.
맛집이 오픈하길 기다리는 사람들 마냥 말이다.
`이 집이 그렇게 맛있다며`라고 수군거리는 듯한 모습에
즐겨 먹지도 않는 바나나를 열심히도 사다 날랐다.
함피는 사원구역으로 술을 팔지 않는다.
그래서 해가 지고 나면 할 일이 없다.
숙소 앞 골목에 앉아 과일
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여행자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한 번은 금발의 여성으로부터 수박파티에 초대를 받았
고,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에 두려움이 생겨 거절을 했다.
지을 수 있는
최대
한의
공손한 표정과 제스처를
보였지
만, 짧은 NO thank you 가
영
거슬렸는지
이후에
는 마주칠 적마다
대놓고
내 인사를
무시했다.(동네가 작아 계속 마주친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연습한 문장으로 사과를
할 수 있었고,
그제야 밝게 웃
으며 내
인사를 받아 주었다.
(영어공부의 동기부여를 받았던 사건)
조용한 시골 마을 함피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동양인이 귀한 동네라,
동포인
줄 알고 멀리서 찾아와 준 일본인도 있었고,
마지막 날에 만난 한국인 누나로부터는
안전여행에 대한 지침도 전수받았다.
(아이와 여성이 밖에 나와 있다면 안전하다.)
단단한 바위 덕분에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유지되던 사원들과
태양의 각도에 따라 색을 달리하던
지천에 널린 화강암들이
보여주는 그 풍경들
이 그립다.
함피를 담은 이 글은 그리움만큼이나 길었다.
순간순간을 다 담고
싶은 욕심이 컸
기
에 그렇다.
그렇게
글을 쓰다가 알게 되었다.
함피의 풍경을 반에 반도 담을 수 없는 사진처럼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함피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줄
였다.
줄
이고, 버리고를 반복해
읽
는 이에게
충분하지 못한 글이
되어버림이 아쉽지만,
나만을 위한 여백을 많이 남겨 두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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