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스킬이 뭐였더라"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by 한성호

나는 한 번도 퇴직금이라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1년 넘게 같은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나이는 이제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데, 이 지경이 되었으니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의아해하곤 한다.


"쟤가 도대체 뭘 하려고 저렇게 퇴사를 반복하지?"


글쎄, 퇴사를 반복한다고 이야기할 만큼 많은 퇴사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나 온 날들을 돌아보면, 나는 확실히 꾸준히 일 하는 것을 잘 못한다. 한편으론 이 사실이 참 못마땅하다. 스스로가 맘에 들지 않는다. 멀쩡한 다른 사람들은 직장을 꾹 잘 참고 다니던데, 도대체 나는 왜 그러질 못하는 걸까. 내가 멀쩡하지 못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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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름 잘 살아왔다.


남들처럼 멀쩡한 직장은 없지만, 다양한 일을 하며 나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아직까진 이 경험들이 어디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훗날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나름대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조금 더 나를, 그리고 우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느낀다. 어차피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한 회사의 소모품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아 퇴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벌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경험들을 쌓아왔는지 돌아보며, 그걸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욱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그 고민의 기로에서 이 글을 썼다.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도대체 나는 왜 이 따위의 사람이 되었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아니 갈림길은 몇 가지 길이 보이기라도 하는 것이지, 나는 길 조차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퇴사는 했고, 다시 무언갈 시작해야 되겠는데 도대체 어떤 걸로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상황 속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망망대해에 나 홀로 떠 있는 기분은 참 처절하게 외롭고 괴로웠다. '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대체 뭘까?', '나는 왜 이렇게 인생을 엉망으로 살까?' 같은 생각을 하며 나를 좀먹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나를 위해 이 글을 썼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 안에 쌓아온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 경험들을 토대로 내 안에 체득된 기술들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돈벌이를 하고 있을 때가 주로 떠올랐다. 그때가 내게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을 남긴 순간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돈벌이는 말이 가진 의미 그대로 단순한 돈벌이였던 때도 있고, 그 '돈벌이'를 나의 꿈으로 삼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은 선택된 순간임이 틀림없다. 나름대로 '다른 어떤 것'보다 이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해서 하게 된 일들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 선택들이 쌓여, 그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내가 걸어온 날들을 되짚어보며,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 깨달아보고자 했다.


'그래, 내가 걸어온 길이 그래도 좀 괜찮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나의 치유를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런데 나를 위해 쓴 이 글이, 읽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사실 내가 걸어온 길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 경험들을 특별하다 여기고, '그래도 좀 괜찮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더 멋진, 더 근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당신이라면,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대와 같은 사람이, 아니, 그대보다 훨씬 더 못난 사람이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러니 스스로를 제발 좀, 좀 먹지 말자. (나에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