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원트 투 비어 탈렌트
나의 첫 번째 돈 벌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첫 번째로 그만둔 일은 무엇이었을까?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주제에, 그래 봐야 아직 10대도 되지 않은 꼬맹이가 무슨 돈벌이를 해?'
'집안일하고 용돈 500원 받은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거야?'
나 또한 여태까지 이것이 나의 첫 번째 돈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이것이 자의로 선택한 돈벌이가 아니라서, 이것을 내 인생 첫 번째 돈벌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살았나 보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 것만큼 내 인생을 뒤흔들어 놓은 돈 벌이는 없었다.
나는 아역배우였다.
연기를 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돈벌이였다.
글쎄, 돈벌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사실 민망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이 나와 같은지 모르겠지만, 내 출연료는 내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입금되긴 했어도, 나는 그게 얼마나 들어왔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출연료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몰랐을 수도 있다. 나는 부모님이 시키시는 대로, 할머니가 시키시는 대로, 이 촬영장, 저 촬영장을 오가며 끼를 발산한 게 전부였다.
나는 계속해서 연기를 하며 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지상파 드라마에 아역으로 출연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 또한 100퍼센트 나의 의지는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 당시에 나를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가자는 대로 따라다니기만 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한 번도 군소리를 해본 적 없다. 촬영장에 나가기 싫다거나,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떼를 써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연기를 하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가? 같은 말도 안 되는 의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말 그대로 연기를 하는 일이 참 즐거웠다. 대본을 외워 카메라 앞에서 상대방과 대사를 주고받는 일이 즐거웠고, 그렇게 찍힌 영상이 텔레비전에 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끄는 일 또한 즐거웠다. 그래서 나는 탈렌트가 되고 싶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는 탈렌트가 될 거예요'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며, 그렇게 점점 나의 돈벌이는 나의 꿈으로 변해갔다.
그렇다. 이것이 내가 이 이야기를 첫 번째로 한 이유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돈벌이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그것이 나의 꿈이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나는 어렸으니까 그랬을 테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게 참 무섭다. 그게 참 무서우면서도 참 존경스럽다. 현재의 나는 꿈이 없는 상태이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만, 30대 중반을 앞둔 시점에서 좋아하는 일이 없다니, 말이 안 된다.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왜 없는 것일까?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늘 의심했기 때문이다.
'정말 너 이걸 좋아해? 좋아해서 하는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어보기 때문이다. 차라리 '네가 이걸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어. 그런데, 정말 네가 그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같은 의심이라면 스스로의 부족을 깨닫고 연습이라도 더 할 수 있을 텐데, '너 이거 정말 좋아해?', '돈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야?'라며 좋아하는 일 자체를 의심하는 건 문제가 좀 심각하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더라도 계속해서 의심을 할 테고,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어떤 것도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로써 한편으론 이 당시의 내가 그리운 마음이 든다. 소위 말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 시절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돈벌이가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그저 그 돈벌이가 좋아서, 친구들 앞에서 촬영장에 있는 감독님들 앞에서, 게다리 춤을 추던 그 시절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아쉽게도 부모님이 시키시는 대로 끌려다녔기 때문일까, 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지상파 드라마에 야역으로 출연하면서 승승장구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 매니저처럼 나를 데리고 다녀 주시던 할머니가 과로로 쓰러지시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를 데리고 다녀 줄 사람이 없어지니, 나의 꿈 또한 좌절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내가 되고 싶었던 탈렌트가 앞으론 영영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회는 늘 열려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지금은 일단 공부에 집중하고 성인이 되면 어떻게든, 다른 방향으로,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문득 그 또한 참 멋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하고 싶은 일을 언제가 되었건 간에 다시 시작하면 될 것이라고 믿는 그 마음이 참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