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 마인드셋 (머리말)

우리는 ‘적응 본능’을 물려받았다.

by 박성훈

인류의 역사는 곧 '적응의 역사’다.

인류가 지구별에 나타난 이후, 인류는 끊임없이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해왔다. 그때마다 위기에 ‘적응’하는 자만이 생존해왔다.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 전체에 적용되는 이 법칙을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적자생존(適者生存, Survival of the fittest)이라 표현했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르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다. 생존에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 서바이벌 게임(Survival game)의 참가자를 떠올려보자. 근육질의 남성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상남자처럼 무작정 달려가다가 제일 먼저 흔들 다리에서 떨어져 탈락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허약해 보이는 참가자가 흔들 다리에 매달리고 추하게 기어서라도 끝까지 건너갈 수 있다. 어떻든 떨어지지 않고 건너면 되는 규칙에 잘 맞춘 사람이 생존하는 법이다.


수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The glacial stage)를 상상해보자. 두꺼운 빙하가 북반구를 뒤덮었다. 빙하가 목초지를 덮어버려 수렵채집(狩獵採集, Hunter-gather)을 하던 원시 종족의 생활공간이 사라졌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북극의 추위가 몰려왔다. 이 극심한 위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한 원시 종족들은 모두 종말을 맞았다.

반면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살아 남았다. 우리 조상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빙하기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혹한의 심각성을 깨닫고, 씨족을 이끌고 과감하게 정착지를 옮겼다. 그들은 베링 육교(Bering land bridge)를 건너 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며칠이 걸릴 거리를, 그것도 빙하 위를 걸어 이동했을 우리 조상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렇게 생존한 조상들은 우리의 DNA에 ‘적응 본능’을 남겼다.


우리 조상은 흑사병(The black death)에도 적응했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이 처음 창궐했을 때 유럽 인구의 30~50%가 죽었다. 주변 사람 세 명 중 한 명이 죽는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큰 공포를 느꼈을까? 이 위기상황에서 미신을 믿고 비위생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던 사람들은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과학을 믿고 위생을 개선해 나간 사람들은 살아남았다. 흑사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한 400여 년 간 꾸준히 위생을 개선해 나간 결과 점차 감염률과 사망률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조상들이 위기상황에 ‘적응’해 온 역사를 통해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첫째는 ‘적응을 방해하는 위험 기제’다. 관성(Inertia), 무능(Incapability), 고립(Isolation)의 3I 이다. 둘째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적응 마인드셋(Mindset)’이다. 변화(Change), 관리(Control), 협력(Collaboration)의 3C 이다.


이 글은 기후 위기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적응을 방해하는 위험 기제(3I)에서 적응 마인드셋(3C)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글이다. 이미 인류의 역사에서 ‘적응하여 생존’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해왔고, 현대에도 많은 국가와 도시, 기업에서 성공사례를 보이는 공식이다. 이 공식, 즉 이 글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관성(Inertia)에서 변화(Change)로,

무능(Incapability)에서 관리(Control)로.

고립(Isolation)에서 협력(Collaboration)으로.


많은 전문가가 기후위기 때문에 ‘인류가 종말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구의 종말’이 아닌 ‘인류의 종말’이다. 지구는 10만 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고 가며 숨을 쉬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구의 오랜 역사에서 보면 지금은 단지 간빙기의 한 시점일 뿐이다. 더욱이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omorrow)’가 경고한 다음번 빙하기는 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구를 너무 무책임하게 괴롭혔기 때문이다.

사실 정말로 인류의 종말이 올지 저자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리의 DNA에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적응 마인드셋’이 있어서, 우리는 기후위기에도 적응하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들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억울함을 행동으로 승화시키고 집단적 눈치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서가 있다고 믿는다. 저자가 주장하는 진정한 ‘적응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글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려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이 우리 국민들의 ‘적응 본능’을 어떻게 활용하여 동참을 끌어낼 수 있을지 그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글이다. 그러려면 첫째,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의 실무자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감정의 변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둘째,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스스로 어떤 기후 적응 활동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실천해야 한다. 셋째, 기후 적응 활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대중과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전략(예를 들면 데이터의 활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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