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 마인드셋 8

적응 마인드셋 1: 관성에서 변화로

by 박성훈

인류의 ‘적응의 역사’에서 우리는 ‘적응 마인드셋’ 세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첫째, 인류는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키웠고(변화), 둘째,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으며(관리), 셋째, 정보 공유와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협력) 위기 상황에 적응해 왔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변화(Change), 관리(Control), 협력(Collaboration)의 ‘적응 마인드셋’을 배워야 한다.

반면 ‘적응을 방해하는 위험 기제’도 있다. 이 책에서는 이 위험 기제를 관성(Inertia), 무능(Incapability), 고립(Isolation)의 3I로 정리했다. 각각의 위험 기제를 적응 마인드셋인 ‘변화(Change), 관리(Control), 협력(Collaboration)의 3C와 매칭시켰다. 이를 통해 인류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적응해 왔는지 대비해 볼 수 있다.

우선 ‘관성(Inertia)을 버리고, 변화(Change)를 통해 적응’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자.

관성은 일종의 ‘우물 사고’이다. 마치 우물 속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기존의 관점이나 생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을 ‘변화’시켜야 한다. 불편함이나 위험을 감수하고 생활 방식도 바꿔 나가야 한다.

바이킹(Viking)을 예로 들어보자. 바이킹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뿔 달린 투구, 엄청난 덩치, 흰 수염, 한 손에는 돼지 다리 바비큐를 통째로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도끼를 든 전사의 이미지다. 배를 타고 가다가 육지가 나오면 배를 거꾸로 둘러업고 바다가 나올 때까지 달려갔다는 얘기도 있다. ‘터프’함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바이킹으로 알려진 노르드 인들은 10세기에 그린란드로 이주했다가 15세기에 그린란드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그동안 학자들은 그린란드산 상아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사회적 불안이 커져서 바이킹이 사라졌다고 주장해 왔다. 바이킹의 주요 수출품은 바다코끼리 상아였는데, 11~13세기, 이 상아는 유럽 귀족 사회의 보석, 종교적 장식품, 교회 조각에 쓰이는 값비싼 재료였다. 그런데 13세기 이후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가 유럽에 대량 유입되면서 그린란드산 바다코끼리 상아의 가치가 떨어졌다. 상아가 잘 팔리지 않으면서 분명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바이킹이 사라진 이유가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까?

최근 연구자들은 13~14세기 소빙하기(Little ice age)의 해수면 상승을 분석했다. 빙하기라는 표현이 있어서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를 상상하기 쉽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2만 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는 실제 빙하가 남쪽으로 확장된 시기이다. 북미와 북유럽 대부분이 두꺼운 빙하로 덮여 있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약 4~7도 낮았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약 120m 낮았다. 이 시기는 수천 년 간 지속되었다. 반면 소빙하기는 빙원의 확장은 없었고, 북유럽 기온만 1~2도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한 시기이다. 대규모 화산 폭발로 대기가 태양 빛과 열을 일시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수십 년에서 100여 년간 지속하였을 뿐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소빙하기 기간 그린란드의 해수면이 상승했고, 그 여파로 바이킹 정착지의 상당 부분이 침수되었다.(1) 소빙하기 동안 바다의 얼음이 더 크게 얼면서 그 무게가 해안가를 짓눌러 해수면이 상승한 것이다. 우선 더 추운 북쪽에 위치한 ‘서부 정착지’가 먼저 침수되었고, 이 정착지에서 바이킹이 먼저 사라졌다. 그리고 100년 후 덜 추운 지역에 위치한 ‘동부 정착지’까지 침수되었다. 이 당시 동부 정착지에는 약 2천 명 정도의 바이킹이 거주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바이킹에 대한 역사적 기록, 유물을 바탕으로 그들의 생활을 추정해 보았다. 바이킹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0세기 유럽인의 그린란드 이주 기록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유럽 본토에서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이 그린란드로 추방되어 정착한 기록이다. 마지막 기록은 15세기 교회의 결혼식 기록이다. 이들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바이킹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유럽 본토 사람처럼 바닷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양과 소를 길렀다. 그리고 교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형성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농경지가 침수되어 농사가 불가능했지만, 그들은 교회와 경작지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점점 식량난을 겪었을 것이다. 연구자들이 동부 정착지에서 바이킹이 사라질 당시의 뼈 화석을 분석해 본 결과, 바이킹들은 점점 농작물을 먹지 못하고, 수산물에만 의존해 살았음을 알게 되었다.(2)

바이킹이 그린란드에 정착한 시기에 그린란드에 살았던 또 다른 정착민들은 이누이트(Inuit)였다. 바이킹과 이누이트 모두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물범 같은 해양 포유류를 사냥하며 살았다. 특히 바다코끼리 상아는 유럽으로 수출되는 귀한 교역품이었기 때문에 양쪽 모두 바다코끼리 사냥을 중요하게 여겼고, 서로 상아를 많이 차지하기 위해 갈등을 빚었다. 역사적 기록에 의하면 이들은 서로 교류하기보다는 다투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바이킹과 달리 이누이트는 뛰어난 빙하 적응형이었다.(3) 그들은 기동성 있고 유연했다. 이누이트는 고정된 거주지에 머물지 않고 계절에 따라 사냥터와 어장을 이동하며 생활했다. 예를 들면 봄에는 바다표범, 여름에는 물고기, 겨울에는 순록이나 북극곰을 사냥하기 위해 바다, 피오르드, 내륙의 각기 다른 사냥터로 이동하며 생활했다. 사냥감 정찰을 위해 바다에 띄우는 척후선을 운용하는 등 뛰어난 사냥 기술도 보유했다.

바이킹들은 전통적 유럽식 양모 옷(Woolen garments)을 고집했다. 그들이 양을 길렀기 때문에 양털을 깎아 실을 만들고 옷을 짰다. 이 옷은 두꺼운 외투, 치마, 바지, 망토, 양말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럽 본토의 옷과 같은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양모 옷은 그린란드의 혹독한 추위와 바람, 소빙하기의 기후에 맞지 않았다. 양모 옷은 무거웠고, 한 번 젖으면 보온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눈과 얼음이 항상 존재하는 환경에서 방수 · 방한 성능이 떨어지는 옷은 치명적이다. 이에 반해 이누이트들은 바다표범, 순록 가죽으로 옷을 만들었다. 이 옷은 가볍고 방수가 잘 되고 체온 유지에 뛰어났다.

가까운 거리에 자신보다 더 적응력이 뛰어난 종족이 있었지만, 바이킹은 좀처럼 이누이트의 효율적인 이동, 사냥, 의복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4) 바이킹은 정착지 침수에도 자신들의 정착지, 전통적인 건축 방식, 농경 중심 생활을 고수했고, 그 결과 그린란드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바이킹과 이누이트의 예처럼 우리 조상들의 역사에는 관성적으로 생활하다가 적응에 실패하거나, 반대로 기후 변화에 맞춰 생활방식을 변화시켜 적응에 성공한 다양한 사례가 있다.

미국 남서부 원주민 중에는 푸에블로(Pueblo) 부족이 있다. 이들의 조상은 약 2천 년 전부터 현재의 유타, 애리조나, 뉴멕시코, 콜로라도 지역에 정착하며 살았다. 처음에 이들은 땅속에 반쯤 묻힌 집(Pithouse)에서 살다가, 점차 지상 건물과 절벽에 지은 주거지(Cliff dwelling)로 옮겨 살았다. 이들은 옥수수, 콩, 호박을 재배하며 건조한 환경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과 별의 움직임을 건축에 반영하거나, 농사와 의례에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AD 1세기의 약 800년간 갑자기 다섯 차례의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푸에블로족의 조상은 동굴 속 얼음을 녹여 물을 확보하며 생존했다.(5) 뉴멕시코의 엘 말파이스(El Malpais) 동굴에서 숯과 재가 섞인 얼음층이 발견되었다. 이는 가뭄 시기에 푸에블로 조상이 불을 피워 얼음을 녹여 물을 얻었다는 직접적인 증거이다. 하지만 이는 극한 상황에서의 임시방편이었고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가뭄은 사회적 긴장을 가중시켰다.(6) 동굴의 얼음까지 활용했지만 물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업 기반도 흔들렸다. 하지만 지배 계층은 기존 시스템에 투자한 자본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의례, 건축, 사회 구조를 유지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푸에블로족의 조상들은 물 확보를 위해 기존 거주지와 계곡을 오가는 이중 거주 패턴을 보였다. 가뭄이 심해짐에도 기존 거주지를 버리지 못했고 그 결과 물 확보 비용만 더 커진 채 물 부족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7) 가뭄이 점점 심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날 나바호(Navajo) · 아파치(Apache)족 조상들의 침입이 빈번해지면서 기존 방식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 번 신뢰가 무너지자 자기 증폭 적으로 사회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8)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호주 원주민들은 볼쏘시개 농사(Firestick farming)로 더 큰불을 예방하고, 방목 동물들의 개체수를 유지해 왔다.(9) 불쏘시개 농사란 정기적이고 의도적인 소규모 방화를 뜻한다. 원주민들은 손에 불쏘시개를 들고 초원을 걸어가며 앞에 보이는 초목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불을 붙이면, 자연적으로 불이 났을 때 불이 크게 번질 연료가 되는 잡목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방목 동물들을 한 방향으로 유인하고 사냥하여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다. 이는 토지와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수천 년 동안 원주민들이 호주의 건조한 기후에 적응해 온 방식이다.

그런데 영국의 정착민들이 들어오면서 토지 관리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원주민들이 영적인 의미를 담아 씨족 단위로 관리해오던 하천, 초원, 나무, 작물의 비공식적 소유권을 깡그리 무시했다. 토지의 구획을 새로 나누고 대규모의 경작지를 만들어 밀을 심었다.

영국 정착민들에게 원주민 방식으로 초목에 불을 붙이는 것은 큰일 날 짓이었다. 사람이 스스로 초목에 불을 붙인다는 것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정착민들은 재빨리 불쏘시개 농사 관행을 금지했다. 그러자 밀의 생산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농지의 비옥함은 몇 해 만에 파괴되어 버렸다. 발굽이 강한 양을 키우느라 호주의 연약한 고대 토양도 황폐해졌다.

100여 년간 몇 차례의 곰팡이병 감염, 가뭄, 대형 산불을 겪으면서 정착민들은 자신들의 선입관이 잘못되었고, 사람이 의도적으로 초목에 불을 붙이는 게 필요할 수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특히 최근의 기후 변화로 인해 호주 역사상 가장 극심한 두 차례의 가뭄은 모두 21세기에 일어났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오랜 기간 서구에서 관성적으로 해 오던 방식으로 토양을 관리해서는 가뭄과 산불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원주민들의 불쏘시개 농사 방식이 조금씩 다시 활용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섬인 루손 섬의 이푸가오 주 바나우 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계단식 논(Rice terrace)이 있다. 1995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가는 관광지이다. 그런데 이 계단식 논도 수 세기 동안 고지대 기후와 지형에 적응해 온 결과이다.(10) 수 세기 전, 이 지역에 정착한 사람들은 평지에서 하던 농법을 그대로 고수했다. 하지만 평지의 농법은 고지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가파른 지형과 변동성 강우 때문에 토양이 유실되어 농작물이 쓸려 내려갔다.

이곳에 정착한 이푸가오(Ifugao) 족들은 발상을 전환했다. 산비탈에 맞게 평지의 논을 계단식으로 바꾼 것이다. 계단식 논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용(Muyong)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용은 계단식 논 상단부의 코르딜레라스 산맥 산꼭대기에 있는 산림 지대이다. 계단식 논의 상단에 산림이 있어 토지 유실을 막아주고, 계단식 논에 자연적인 물 공급도 가능하다. 숲에서 자라는 다양한 토종 식물과 약초, 동물들이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이푸가오족 사람들은 무용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용을 신성시했다. 이 숲을 조상이 사는 신성한 공간으로 만들고, 제례와 공동체 의식을 공간으로 만들었다. 무용과 계단식 논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푸가오족은 수 세기 동안 생존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1) Borreggine, M. J., Latychev, K., Coulson, S., Powell, E. M., Mitrovica, J. X., Milne, G. A., & Alley, R. B. (2023). Sea-level rise in Southwest Greenland as a contributor to Viking abandonmen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20(17).
https://doi.org/10.1073/pnas.2209615120

(2) Borreggine, M. et al. (2023). 8절 1번과 동일

(3) Jackson, R., Arneborg, J., Dugmore, A., Madsen, C., McGovern, T., Smiarowski, K., & Streeter, R. (2018). Disequilibrium, Adaptation, and the Norse Settlement of Greenland. Human Ecology, 46(5), 665–684. https://doi.org/10.1007/s10745-018-0020-0

(4) McGovern, T. H. (1980). Cows, harp seals, and churchbells: Adaptation and extinction in Norse Greenland. Human Ecology, 8(3), 245–275. https://doi.org/10.1007/bf01561026

(5) Onac, B. P., Baumann, S. M., Parmenter, D. S., Weaver, E., & Sava, T. B. (2020). Late Holocene droughts and cave ice harvesting by Ancestral Puebloans. Scientific Reports, 10.
https://doi.org/10.1038/s41598-020-76988-1

(6) Zaske, S. (2021, April 26). Social tensions preceded disruptions in Pueblo societies. WSU Insider (Washington State University). https://news.wsu.edu/press-release/2021/04/26/social-tensions-preceded-disruptions-ancient-pueblo-societies/

(7) Aiuvalasit, M. J., & Jorgeson, I. A. (2023). Combining Paleohydrology and Least-Cost Analyses to Assess the Vulnerabilities of Ancestral Pueblo Communities to Water Insecurity in the Jemez Mountains, New Mexico. American Antiquity, 89(1), 58–77.
https://doi.org/10.1017/aaq.2023.67

(8) Manduffie, D. (2021, April 27). Internal strife contributed to the collapse of ancient Pueblo societies. The Missoula Current News - Daily News in Missoula Montana. https://missoulacurrent.com/ancient-pueblo-societies/

(9) Heath, N. (2021, March 23). Firestick farming: how traditional Indigenous burning protected the bush. SBS Voices. https://www.sbs.com.au/voices/article/firestick-farming-how-traditional-indigenous-burning-protected-the-bush/xc9ovv8l7

(10) UNESCO. (n.d.). Rice Terraces of the Philippine Cordilleras. Unesco.org.
https://whc.unesco.org/en/list/722 (접속일: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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