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적응 마인드셋 7

인류의 역사는 적응의 역사다.

by 박성훈

우리는 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일까? 네안데르탈인은 왜 우리의 조상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모 사피엔스는 빙하기의 극심한 환경에‘적응’해냈고, 네안데르탈인은 그러지 못해 멸종했다. 우리는 ‘적응 본능’을 지니고, 적응의 역사를 써 내려간 우리 조상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인류가 처음 지구에 탄생한 것은 약 400만 년 전이다. 최초의 직립보행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탄생했다. 약 250만 년 전에는 최초로 도구를 사용한 호모 하빌리스가 등장했다. 이 무렵 지구는 약 10만 년을 주기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가고 있을 때였다.

이때까지는 인류가 빙하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거로 보인다. 예를 들면 90만 년 전, 한때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화석에는 10만 년이 넘는 인류 화석의 공백기가 존재한다. 연구자들이 인간의 유전자 서열에 관한 복잡한 계산을 통해 이 공백기에 대한 의문을 풀었다. 그 결과 90만 년 전 10만 명에 달했던 인류의 개체 수는 1천 명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거의 멸종 위기 동물의 개체 수와 흡사한 수준이다. 이렇게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했던 것은 급격한 기후 변화, 즉, 빙하기 때문이었다.(1)

하지만 멸종 위기까지 내몰렸던 인류는 다시 번성했다. 그리고 약 30~35만 년 전, 해부학적으로 현생 인류와 가장 유사한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했다. 약 11만5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빙하기는 약 2만 년 전에 절정에 이르렀다. 이 절정이 시작되기 전, 약 4~5만 년 전에 문화적, 언어적인 특징이 현생 인류의 직계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탄생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절정에 이른 빙하기에 적응하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본머스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약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가장 극한 환경에서도 인류는 유럽 전역에 분산되어 살아 남았다고 한다. 기존의 가설은 인류가 빙하기 동안 스페인과 이탈리아 같은 따뜻한 지역으로 이주한 뒤, 빙하기가 끝난 후 유럽 북쪽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머스 대학이 새롭게 밝혀낸 사실은 빙하기 중에도 현생 인류는 유럽 북쪽에도 살고 있었다. 이들은 늑대와 곰처럼 회복력이 강한 동물들이 극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유사한 생존 전략을 따랐다. 남쪽으로 후퇴했다가 기온이 상승한 뒤 다시 복귀한 사슴, 여우와는 다른 생존 전략이다.(2)

그 전략 중 하나는 극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우성 유전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도 현생 인류가 거대한 빙하가 최대 면적에 도달한 약 2만 년 전의 극한 상황에서 유럽 전역에 퍼져 있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개체 수는 급격히 줄었다가 수천에서 수만 년 뒤 다시 회복되었다. 이 회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생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불리한 유전자를 버리고 유리한 유전자를 얻어 나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4만5천 년에서 7천 년 전에 살았던 51명의 유해에서 얻은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생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줄여나갔고 근동(Near east) 지역 종족들의 유전자를 늘려나갔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진화적으로 불리했다는 의미이다.(3)

이러한 적응 전략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도, 유라시아에서도, 북극에서도, 심지어 아메리카에서도 각 대륙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각 대륙 원주민들에게 대륙의 기후 특성에 맞는 맞춤형의 단일 유전자를 물려주는 데 성공했다.

2025년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 끝까지 이어진 “인류의 가장 기나긴 여정(The longest human migration out of Africa)”에 동참한 인류의 유전자 변화를 연구했다. 마지막 빙하기 시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한 인류의 유전자는 다양성이 급격히 줄었다. 그 결과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경우 생존자들의 단일한 유전자 특성만 물려받게 되었다.(4)

북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연구에 따르면, 약 2만 년 전에 유라시아에서 온 이주민과 동아시아에서 온 이주민이 베링 육교에서 만나 유전적 교류를 하며 약 5천 년 간 머물렀다고 한다. 수천 년에 걸친 유전적 교류 기간 북극 환경에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유전적 변이가 일어났다. 피부, 머리카락, 눈의 멜라닌 생성 과정, 심혈관계 기능, 에너지 대사, 면역 반응 특성 등 다양한 대사 경로와 관계가 있는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났고, 이 변이가 북극의 추위에도 살아남은 원주민의 유전자에 물려졌다.(5)

고산지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류가 고산지대인 티베트 고원의 저산소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유전적 교류 때문이다. EPAS1이라는 유전자가 있는데, 연구팀이 티베트인 40명과 한족 40명의 EPAS1 유전자를 살펴본 결과 이 유전자는 티베트인에게서만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 유전자는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족인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이입(Introgression)된 것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매우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족과의 교배를 통해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를 확보하고 이것이 고산지대에서도 생존율을 높였다고 주장한다.(6)

이러한 적응을 ‘유전적 적응’이라고 한다. 다른 종족과의 유전자 교환을 통해 유전자의 다양성을 높이고 그 결과 생존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혹은 단일 유전자 내에서의 변이 과정을 통해 적응력을 높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중세 시대의 흑사병 상황에서는 유전적 변이를 통해 적응력을 높였다. 흑사병은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황폐화해 당시 그 지역 인구의 30~50%를 죽인 질병이다.(7) 미국 시카고대, 캐나다 맥마스터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등의 국제공동연구팀이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사망한 영국과 덴마크 시신 500구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면역 반응과 관련된 인간 유전자 356개 중 245개가 흑사병의 영향으로 변이를 일으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변이작용을 통해 ERAP2라는 유전자가 형성되었다. ERAP2 유전자는 흑사병의 원인균인 페스트균을 더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줬다.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흑사병에 대한 인간의 생존확률이 약 40%나 높아졌다고 한다.(8) (9)

유전적 적응 과정을 유전적으로 ‘선택받았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적응했다’란 표현이 좀 더 주체성이 느껴진다. 비록 그 시절의 유전적 적응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본능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분명 우리 조상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종족과 약해지는 종족을 보며 본능적으로 우성인 종족과의 교배를 선택했을 것이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처럼 극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종족에 대해서는 점차 유전적인 선택을 줄였을 것이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의 고고학자 로베르토 리쉬(Roberto Risch)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빠르게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직면했을 때, 집단이 어떻게 반응하고 사회적 결정을 내렸는지가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점이다. 당시의 인류도 기본적으로 우리와 같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상 유지를 선택하고 기후 변화 상황을 부정한 종족들은 사라졌다.”(10)

유전적 적응이 본능적인 적응이라면, ‘사회문화적 적응’은 리쉬 교수의 말처럼 인류의 주체적인 반응과 선택을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 사회문화적 적응은 유전적 적응보다 환경의 어려움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2021년 영국 왕립학회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문화가 몇 가지 이유에서 유전자보다 더 강력한 적응 기제다. 첫째, 문화가 더 빠르다. 유전자 전이는 한 세대에 한 번만 일어나지만, 문화는 빠르게 학습되고 자주 업데이트된다. 둘째, 문화가 더 유연하다. 유전자 전이는 엄격하게 부모의 유전 정보에만 국한되지만 문화 전이는 유연한 인간의 학습에 기반한다. 사실상 제한 없이 부모-자식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이된다. 결과적으로 문화적 적응이 유전적 적응보다 더 강력한 적응 유형이다.(11)

인류의 사회문화적 적응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도구의 발달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사냥감의 종류도 변하는데, 사냥감의 특성에 맞는 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길이다. 예를 들면 빙하를 피해 유럽의 남쪽으로 이동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은 역시 빙하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한 말과 사슴을 잡아먹어야 했다. 사람보다 빠른 사냥감을 잡는 데 필요한 것은 화살이나 창이다.

고고학자들은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의 말랄무에르소(Malalmuerzo) 동굴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성인 남성의 치아 하나를 찾았다. 이 치아는 당시 그들의 사냥감을 묘사한 말 그림이 그려진 벽 아래에서 발굴되었다. 치아의 유전자 분석 결과, 이 남성은 2만3천 년 전에 살았으며 마지막 빙하기의 최악의 기후 환경을 견뎌냈다. 그의 유전자는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살았던 수렵채집인과도 연결되어 있었고, 더 중요한 점은 빙하기를 거치고 오늘날 유럽인들에게도 그의 유전자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 이빨 유전자는 솔류트레 문화(Solutrean culture)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화는 고도로 발달한 창 촉과 화살 같은 도구를 제작하고, 동물을 비롯한 유럽 특유의 풍경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문화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조상들이 빙하기를 거치는 동안 원시적인 수렵채집에서 벗어나 고도로 발달한 사냥 도구를 만들어 생존해 왔음을 알 수 있다.(12)

예술품도 사회문화적 적응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말랄무에르소 동굴에서 보여진 솔류트레 문화(약 2만2천 년 전)는 초기 유럽 호모 사피엔스인의 오리냐크 문화(Aurignacian culture, 약 4만3천 년 전)와 그라베트 문화(Gravettian culture, 약 3만1천 년 전)를 이어받은 것이다. 오리냐크 문화는 프랑스 쇼베(Chauvet) 동굴의 고양이 조각상처럼 가장 초기의 우아한 선사 시대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시대에 비너스상도 출현한다.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장신구도 사용했으며, 매장 풍습도 있었다. 그라베트 문화에서는 석기가 정교화된다. 이때 그 유명한 풍만한 비너스 상과 같은 종교적이고 상징적인 예술품이 등장한다. 계층에 따른 매장 풍습도 생겼다. 이러한 문화를 이어받은 솔류트레 문화에서는 석기 기술이 극도로 정교화되는 등 도구 기술이 발달한다.(13) 빙하기의 극한 환경에서 상징적인 예술품을 만들고, 조상들을 매장하며 생존을 빌었을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문화만으로는 적응할 수 없다. 문화가 유전과 결합하여 공진화해야만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류의 핵심적인 특성인 협력 능력, 사회적 학습 능력은 문화와 유전이 공진화한 결과다.(14) 유전이 문화에 영향을 받고, 문화 또한 유전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당 분해 능력’의 진화다. 연구자들이 유목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의 유전자를 분석해 봤더니 기존에는 없던 유당 분해 능력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당 분해 능력이 생김으로 인해 유목 문화의 정착도 가능해진 것이다.(15)

이처럼 인류는 유전적 적응과 사회문화적 적응을 핵심 축(Main axis)으로 생존해 왔다. 유전적 적응의 역사는 우리 인류의 수만 년간 축적된 생존 본능을 잘 보여준다. 사회문화적 적응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행동지침과 규범을 제공해 준다. 이 두 가지 적응 요인이 상호 작용하며 극한의 위기 상황에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1) Hu, W., Hao, Z., Du, P., Di Vincenzo, F., Manzi, G., Cui, J., Fu, Y., Pan, Y.-H., & Li, H. (2023). Genomic inference of a severe human bottleneck during the Early to Middle Pleistocene transition. Science, 381(6661), 979-984. https://doi.org/10.1126/science.abq7487

(2) Bournemouth University (2024, October 7). Ancient humans survived ice age through a similar strategy to wolves and bears. Bournemouth.ac.uk. https://www.bournemouth.ac.uk/news/2024-10-07/ancient-humans-survived-ice-age-through-similar-strategy-wolves-bears

(3) Dutchen, S. (2016, May 2). History on Ice: Researchers paint a genetic portrait of ice age Europe. Hms.harvard.edu (Harvard Medical School). https://hms.harvard.edu/news/history-ice

(4) Gusareva, E. S., Ghosh, A. G., Kharkov, V. N., Khor, S.-S., Zarubin, A., Moshkov, N., Kalsi, N., Ratan, A., Heinle, C. E., Cooke, N., Bravi, C. M., Smolnikova, M. V., Tereshchenko, S. Yu., Kasparov, E. W., Khitrinskaya, I., Marusin, A., Razhabov, M. O., Golubenko, M. V., Swarovskaya, M., & Kolesnikov, N. A. (2025). From North Asia to South America: Tracing the longest human migration through genomic sequencing. Science, 388(6748). https://doi.org/10.1126/science.adk5081

(5) Malyarchuk, B. (2023). The role of Beringia in human adaptation to Arctic conditions based on results of genomic studies of modern and ancient populations. Vavilov Journal of Genetics and Breeding, 27(4), 373–382. https://doi.org/10.18699/vjgb-23-45

(6) Huerta-Sánchez, E., Jin, X., Asan, Bianba, Z., Peter, B. M., Vinckenbosch, N., Liang, Y., Yi, X., He, M., Somel, M., Ni, P., Wang, B., Ou, X., Huasang, Luosang, J., Cuo, Z. X. P., Li, K., Gao, G., Yin, Y., & Wang, W. (2014). Altitude adaptation in Tibetans caused by introgression of Denisovan-like DNA. Nature, 512(7513), 194–197. https://doi.org/10.1038/nature13408

(7) Lindemann, M. (2006). Review: The Black Death (pp.1346–1353) In The Complete History. by Ole J. Benedictow. Renaissance Quarterly, 59(2), 599–601. https://doi.org/10.1353/ren.2008.0304

(8) Klunk, J., Vilgalys, T. P., Demeure, C. E., Cheng, X., Shiratori, M., Madej, J., Beau, R., Elli, D., Patino, M. I., Redfern, R., DeWitte, S. N., Gamble, J. A., Boldsen, J. L., Carmichael, A., Varlik, N., Eaton, K., Grenier, J.-C., Golding, G. B., Devault, A., & Rouillard, J.-M. (2022). Evolution of immune genes is associated with the Black Death. Nature, 611(7935), 312–319. https://doi.org/10.1038/s41586-022-05349-x

(9) 하지만 최근에는 이 유전자가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10) Domínguez, N. (2023, March 2). Ancient human DNA reveals how Europeans avoided extinction 20,000 years ago. EL PAÍS English. https://english.elpais.com/science-tech/2023-03-02/ancient-human-dna-reveals-how-europeans-avoided-extinction-20000-years-ago.html

(11) Wolf, M. (2021, July 15). Culture Drives Human Evolution More Than Genetics. Resilience.org. https://www.resilience.org/stories/2021-07-15/culture-drives-human-evolution-more-than-genetics/

(12) Domínguez, N. (2023, March 2). 7절 10번과 동일

(13) Domínguez, N. (2023, March 2). 7절 10번과 동일

(14) Wolf, M. (2021, July 15). 7절 11번과 동일

(15) Gerbault, P., Moret, C., Currat, M., & Sanchez-Mazas, A. (2009). Impact of Selection and Demography on the Diffusion of Lactase Persistence. PLoS ONE, 4(7).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006369

작가의 이전글기후적응 마인드셋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