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우에 적응하기
2025년 여름, 강릉시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졌다.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난 것이다. 15%는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이다. 이 마지노선이 무너지자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시행했다. 이미 저수율 25%가 무너졌을 때 아파트를 비롯한 5만3천 가구의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시행했고, 농업용수 공급도 중단한 뒤 추가로 내려진 조치이다.
가뭄의 원인은 이상 기후로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원 영동 지방의 2025년 상반기 강우량은 약 480mm로 예년 같은 기간 강우량 960mm의 절반 수준이다. 2025년 4월 이후 내린 비의 양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대통령은 강릉시 가뭄지역에 대한 재난 사태 선포와 함께 국가 소방 동원령도 발령했다. 전국의 소방차들이 각 지방 소화전에서 물을 길어와 오봉저수지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1)
반면 인접한 속초시는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속초시도 한때 ‘물 부족 도시’였다. 속초시는 도시 인구와 관광객 증가보다 상수원 시설이 부족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여름철이면 심각한 제한 급수를 해왔다.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엔 숙박업소에서 물 부족 민원이 폭증했었다.(2) (3)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랐다. 2025년 4월부터 강릉시와 속초시의 강우량에 별 차이가 없었음에도, 강릉시에서는 물이 부족하고 속초시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속초시가 1990년대 중반부터 지하저류댐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2000년에 제1지하댐을 설치하고, 2021년에는 제2지하댐이 완공되었다.(4) 지하저류댐은 바닷물을 차단하고 지하 암반층에 물을 저장한다. 지하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가뭄에 물이 증발하지 않는다. 극심한 가뭄 상황에도 최소 3개월 이상 물 공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속초시는 2025년 가뭄에도 제한 급수 없이 정상적인 물 공급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속초시는 2025년, 하루 100~300톤의 물을 쓰는 ‘워터밤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뭄 대비에 자신 있다는 얘기이다.(5)
반면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에만 의존해왔다. 오봉저수지 외에 다른 취수원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5년 가뭄에 재난 사태 선포와 제한 급수, 운반 급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시도 2025년에 ‘연곡 지하수저류댐’ 설치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지하저류댐이 준공되면, 하루 1만8천 톤의 생활용수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6) 같은 지역, 같은 환경에서 완전히 상반된 기후 대응의 모습이다.
이제 환경 기술을 통해 가뭄을 극복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알아보자. 이스라엘이 1948년 정식 국가로 독립한 이후, 인구가 9배나 증가하면서 물 수요도 폭증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국토의 3분의 2가 사막이고, 자연 담수원이 발레리(Valery) 호수 딱 한 군데밖에 없다. 연평균 강우량도 200~600mm밖에 되지 않고, 지역 편차도 크다. 1980년 이후 이스라엘의 연간 최고 강우량은 1천200mm인데, 이는 우리나라 1970년~2000년 사이의 최저 강수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점점 고온·건조해지는 기후 때문에 강우량은 줄고 증발량은 더 커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에는 파종된 밀이 극심한 가뭄으로 거의 말라 죽었고, 북부 협곡 지대와 남부 사막 지역 모두 강우량이 너무 적어 자연 강수에 의존하던 농업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7)
육지에서 물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담수화 설비를 확대하여 물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현재 5개 해수 담수화 공장에서 도시 물 수요의 75%를 충당하고 있다. 도시 폐수의 80%를 농업 관개용으로 재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저류조 부상 커버로 물 증발을 방지하고 있다. 저류조 부상 커버는 물 위에 뜨는 공 모양의 흰색 커버인데, 이 흰색 공 모양의 커버가 물 위에 빽빽하게 떠 있어 빛을 반사해주고 물 표면의 온도를 낮춰주기 때문에 물이 증발하지 않게 해준다.(8)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해법이 도시 지역의 물 부족 문제만 해결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영 농업 위험 보험기금(카나트, Kanat)은 농업 피해 보상을 하는 공공기관인데, 최근 가뭄으로 인한 농업 피해 보상 규모가 계속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카나트 관계자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농업은 여전히 하늘에 의존하고 있다. 담수화와 폐수 재사용 기술은 도시에는 효과적이지만, 농촌 지역은 여전히 가뭄에 취약하다”고 말했다.(9)
법제도적 아이디어로 가뭄에 대응하는 사례도 있다. 호주의 1997년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지속된 가뭄을 밀레니엄 가뭄(Millennium drought)이라고 한다. 이때에 머레이-달링 분지(Murray-darling basin)의 농업과 생태계가 직격탄을 맞았다.(10) 머레이-달링 분지는 호주 남동부에 위치한 호주에서 가장 넓고 중요한 수계이다. 지리적으로는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즈, 빅토리아, 남호주 등 5개 주에 걸쳐 있다. 호주 본토의 약 14%를 차지하는 면적에 머레이강과 달링강을 중심으로 7만7천km 이상의 지류와 2만5천개 이상의 습지대를 포함하고 있다. 호주의 밥그릇(Food bowl)이라 불리며, 호주 농업 생산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호주 인구의 10%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11)
밀레니엄 가뭄 사태에 호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2012년 ‘머레이-달링 분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시장’의 기능을 통해 제도적으로 가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의 두 축은 ‘물 사용권(Water right) 매매시장’과 ‘물 환매(Water buyback) 정책’이다. 물 사용권 매매시장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재산권 형태로 분리해, 매매 · 임대 · 양도하는 시장이다. 농업인, 기업, 정부, 환경단체가 이 시장에 참여하며, 수요와 공급, 강우량에 따라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물 사용권 거래가 이루어진다.
물 사용권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라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가상의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면, 뉴사우스웨일즈주의 한 면화 농가는 극심한 가뭄으로 관개용수가 부족해 면화 재배를 포기해야 한다. 대신 해당 농가는 자신이 보유한 물사용권을 시장에 매각하면 수천 호주 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빚도 갚고 생활비도 마련할 수 있다.
환경단체도 물 사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머레이강 하류의 습지대가 수년간 물이 부족하여 생태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환경단체와 정부가 협력해 시장에서 물 사용권을 구매한 뒤, 해당 유량만큼 인근 농가와 기업이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철새 서식지가 복원되고, 토종 어류의 번식이 증가할 수 있다.
기업도 물 사용권을 구매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빅토리아 주의 한 와이너리는 건조한 날씨에 물이 부족해 포도의 품질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인근 농가에서 단기 물사용권을 임대해 관개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포도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납품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게 된다.
물 환매 정책은 정부가 물 사용권을 사들이는 것이다. 2023년 8월, 호주 연방정부는 머레이-달링 분지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2027년까지 450기가 리터의 물 사용권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2012년 발표한 머레이-달링 분지 계획의 실천을 위해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물을 정부가 환매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이 계획에 대해 빅토리아 주정부는 계획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뉴사우스웨일스주도 물 사용권 환매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총리는 “머레이-달링 강의 수량 회복은 수계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지 물 사용권 환매를 통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12)
연방 정부가 물 사용권을 환매하면, 사용권을 판매하기로 한 농가와 기업들은 판매한 유량만큼 머레이-달링 강에서 물을 끌어 쓸 수 없게 된다. 그렇다 보니, 물 환매 정책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정책이 언제 가뭄이 심해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농업 생산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매된 물이 실제로 머레이-달링 강의 생태계 회복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부족한 상황이다.(13) 아무리 물 사용권을 많이 매매하거나 환매하더라도 실제 강을 흐르는 물의 양이 새롭게 생겨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가뭄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가 올 때 빗물을 최대한 저장했다가 물이 부족할 때 활용하는 방법이다. 만약 그러한 빗물 저장이 폭우로 인한 피해도 막을 수 있다면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2015년 10월 중국 주택건설부는 ‘3년 내 865억 위안(약 16조원)을 들여, 우한, 충칭 등 16개 도시에 ‘스펀지(海綿) 시범 도시’를 만든다’고 발표했다.(14) 스펀지 도시는 도시가 스펀지처럼 빗물을 흡수 · 저장 · 정화 ·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개념이다. 배수관, 콘크리트 같은 회색 인프라 대신습지, 투수성 도로, 레인 가든 같은 녹색 인프라를 활용한다. 폭우로 인한 홍수 방지뿐 아니라 가뭄에도 대응하고, 생물 다양성도 높이며,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하는 다목적 사업이다.
스펀지 시티의 핵심은 배수다. 빗물을 강으로 흘러 보내지 않고 지상에서 최대 70%를 빨아들인다. 도시의 지하에 이 빗물을 저장하거나, 거주지 주변에 연못이나 습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오래된 도시는 대부분 현대적인 지하 배수망이 없다. 당연히 습지도 없다. 따라서 오래된 도시들은 배수망을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했다. 이 과정은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속도전을 추구했다.
2020년 폭우가 내렸을 때, 스펀지 시티 시범 도시들이 오히려 더 심각한 침수 피해를 보았다. 우한의 경우 허리까지 물이 차 많은 사람이 집에 갇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충칭에서도 강이 범람하여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15) 배수 시설의 부족, 지하 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 지방 정부의 재정난 등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시설만 보여주기식으로 설치된 문제를 지적했다.(16)
반면 성공사례도 있다. 린강 시는 상하이에 조성된 신도시로, 스펀지 시티 개념을 도시 전체에 통합적으로 적용했다. 생태 습지, 투수성 도로, 레인 가든 등 다양한 녹색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폭우에도 침수 피해가 적었고, 부동산 가치도 상승했으며, 관광객도 늘었다. 생물 다양성도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17)
중국의 스펀지 시티는 부분적 성공과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실험적 모델이다. 도시 건설의 초기 단계부터 종합적인 적용이 가능한 신도시에서는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존 도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 기술적 · 정책적 난관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뭄과 폭우를 따로따로 해결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 생태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환경 재해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 생태적인 접근은 앞으로 기후 적응을 준비하는 정부와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 될 추세일 것이다.
<참고문헌>
(1) 김가연 (2025.09.01.). “재난영화처럼...‘최악 가뭄’ 강릉에 전국 소방차 출동”.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8/31/4CDXLWF5LBEZFC3T5HKSTRY6XY/
(2) 류호준 (2025.09.03.). “‘물 부족’ 오명 벗고 ‘물 풍족’ 도시로 거듭난 속초시 비결은”.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03128600062
(3) 박진호 (2025.08.25.). “똑같이 비 안왔는데...‘물 부족’ 강릉과 달리, 속초는 답 찾았다”.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1499
(4) 이아라 (2024.09.13.). “”댐에 가두고 새는 물 잡고“ 물 부족 해법 찾은 속초”. MBC강원영동.
https://www.mbceg.co.kr/post/118190
(5) 강신우 (2025.08.22.). “극심한 가뭄에 흠뻑쇼·워터밤?...속초시 ”물 걱정 안 해도 된다“ 자신만만한 까닭”.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GWQ42QZ2J
(6) 진영래 (2025.08.26.). “”가뭄 피해 반복되지 않도록“ 강릉시, 생활용수 확보에 행정력 집중”.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6390541
(7) 차미례 (2024.12.26.). “이스라엘 전국에 가뭄 극심... 파종한 밀 고사지역 확대”.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226_0003010037
(8) 워터저널 (2016.09.05.). “Part02. 이스라엘 물절약의 비밀”. 워터저널.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344
(9) 유성식 (2001.06.12.). “이스라엘, 물과의 전쟁”. KBS News.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203964
(10) MBDA(Murray-Darling Basin Authority). Since the Millennium drought – the River Murray system. Mdba.gov.au.
https://www.mdba.gov.au/publications-and-data/publications/millennium-drought-river-murray-system (접속일: 2025.07.29.).
(11) 조은아(Euna Cho) (2019.02.01.). “호주의 젖줄 ‘머리 달링 강’ 사태, 그 근본 원인은?”. SBS(호주언론매체) 한국어판.
https://www.sbs.com.au/language/korean/ko/podcast-episode/why-is-the-murray-darling-basin-so-important-and-what-has-gone-wrong/raoowoxoc
(12) 조은아(Euna Cho) (2023.08.23.). “머리-달링 강 물 사용권 환매 계획...VIC, NSW 반대”. SBS(호주언론매체) 한국어판.
https://www.sbs.com.au/language/korean/ko/podcast-episode/tanya-plibersek-says-more-time-and-allowing-water-buybacks-will-allow-the-targets-of-the-murray-darling-basin-plan-to-be-achieved/5sl65ovrv
(13) 조은아(Euna Cho) (2023.08.23.). 12절 12번과 동일
(14) 이승호 (2020.07.27.). “중 홍수방지한 곳 더 당했다, 16조 들인 ‘스펀지 도시’의 배신”.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34800
(15) 이승호 (2020.07.27.). 12절 14번과 동일
(16) 이승호 (2020.07.27.). 12절 14번과 동일
(17) 신화망 (2023.08.23.). “중 린강신구 설립 4주년, 상하이 발전의 ‘성장동력원’으로”. 신화망 한국어판(Xinhuanet.com)
https://kr.news.cn/20230823/123891e602fb48a1bf85eabf93e282ea/c.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