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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Oct 27. 2017

불편한 진실_육류 소비의 포화

글. 김성효

왕복 100km를 매일 출퇴근하는 나. 


출근길에 가끔 동물들을 실은 트럭을 마주친다. 트럭에는 빼곡하게 닭이 실려 있기도 하고, 돼지가 몇 마리 실려 있기도 하고, 때로는 소가 실려 있을 때도 있다. 정말로 무심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치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말이다. 


어릴 때 아버지는 고기 없는 밥상은 손도 대지 않았다. 돼지고기로 끓인 김치찌개는 엄마의 단골 메뉴였다. 우리 가족은 집에서 요리한 번데기, 순대, 허파, 간, 염통을 맛있게 먹곤 했다. 어린 시절 입맛은 어른이 되어도 쉽게 변하지 않아서 지금도 그 맛이 마치 혀에 새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평생 고기 밥상을 좋아했던 아버지와 아버지 쪽 남매 다섯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그걸 지켜본 나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어린 시절 먹던 음식들은 의도적으로 멀리 하려 한다. 위에 적은 음식들을 먹어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인간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빚을 지며 살아간다. 평생을 그들이 주는 에너지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식물도, 동물도, 모두 생명이고 에너지이다.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그 어떤 생명체들이 우리에겐 밥상의 음식이 된다는 것이 가끔은 너무 미안하고 또 가끔은 너무 감사하다. 내가 그동안 먹어온 그 많은 음식들이 누군가의 생명이고, 누군가의 땀이고 누군가의 눈물인 셈이니까 말이다. 


지구에서 육류 산업은 거의 포화상태다. 너무 많은 육류가 소비된다. 소비가 과잉되면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잔인하지만 빠른 도축, 배려 없는 도살이 자행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잔인하게 도축되고 도살된 가축들이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는 것이다. 오래전 백정들이 소 한 마리를 죽이고도 제를 지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 되었다. 이런 사회에 대해 나는 그저 내 자신을 끝없이 반성하곤 한다. 


개를 먹는 것을 합법화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성연이가 물었다. 나는 개를 먹고 안 먹고의 문제를 떠나서 어떻게 죽일 것인가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안 먹어도 산다면, 안 먹는 게 좋다. 그러나 꼭 먹고 싶다면 적어도 잔인하게 죽이진 말아야 한다.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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