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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Nov 10. 2017

1. 시작은 가볍게 1킬로였다

다이어트, 자존감부터 다시 쓰다. 


3년 전 직장을 옮기면서 한 해 사이에 5킬로가 쪘다. 한 번에 5킬로가 찐 게 아니었다. 시나브로 조금씩이었다. 


처음엔 정말로 가볍게 1킬로가 늘어 있었다. 그냥 전 날 많이 먹은 탓이겠지, 생각했지만 저울의 눈금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몸이 불어갔다. 


사무직이 되면서 움직임이 확 줄어든 데다가 항암 치료 중이던 아버지 간병에, 직장 스트레스에, 껄끄러운 동료까지 겹치면서 아침은 굶고, 점심에는 밥을 식판 가득 수북하게 담아서 먹고, 저녁에는 술과 고기를 자주 먹었다. 원래도 채소나 과일을 싫어하는 터였다. 식사는 들쑥날쑥 불규칙해졌고, 직장 스트레스는 오로지 먹는 걸로만 풀었다. 


회식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혼자라도 술을 마셨다. 안주는 치킨, 튀긴 감자, 고기, 그래도 그다지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언제나 날씬하고 아름다울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러나 그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것은 디지털 체중계의 매우 날카롭고도 정확한 수치가 말해주었다. 그냥 나는 살이 찌는 중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몸무게가 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잘 입던 옷도 안 맞고, 자켓은 팔이 끼이고, 턱이 두 개가 되어갔다. 허벅지와 배, 옆구리 할 것 없이 군살이 붙어 있는 느낌은 참으로 불편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여자들 옷이란 끝도 없이 다양해서, 셔츠가 안 맞으면 블라우스를 입으면 되고, 블라우스가 안 맞으면 니트를 입으면 된다. 니트를 입고도 정 안 맞으면 그땐 살랑거리는 원피스를 입으면 되는 것이다. 즐겨 입던 청바지는 허리가 끼어 처박아 둔지 오래였다. 


정55사이즈를 입다가 55반 사이즈로, 곧 66사이즈를 사 입었다. 그것도 누가 알까 몰래 몰래. 그와 더불어 쇼핑하는 액수도 커져갔다. 많은 걸 샀다. 한 번 입고 안 입는 옷도 사고, 한 번 발라보고 안 쓰는 빨간 립스틱도 샀다. 마음이 허전해지면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했다.  


그렇게 살이 찐 상태로, 통장이 바닥인 상태로 다음 해가 또 찾아왔다. 해가 바뀌어도 몸무게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었다. 몸무게는 둘째 치고 옷이 다 안 맞게 되자 슬슬 불안해졌지만 그래도 예뻐, .. 괜찮아, ... 살이 좀 찌면 어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러나...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얼굴선이 한없이 동그래진 걸 보았다. 

‘아, 이건 아니잖아.’ 


턱이 두개가 된 채로 너무 오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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