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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Dec 15. 2017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어리고 앳된 사진 속 얼굴은 얼마 전 학예회 때도 마주쳤던

 유진이네 반 친구 엄마.


 아들은 아홉살. 딸은 여덟살. ... 


음주운전자가 중앙선을 건너와서 차로 100미터를 넘게 끌고 갔다고 한다.

 아아. 음주운전...


아내를 잃고 망연자실한 아빠에게 어린 아들이 말하기를,

 “아빠 내가 있잖아. 힘 내.” ... 


그런데 막상 아버지 옆에 선 아이는 한없이 작았다.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을까.

 아버지와 아들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꼭 붙잡은 채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뭐라 할 말이 없는 황망한 죽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유진이는 잠이 들고 나는 그냥 먹먹했다. 

“엄마가 죽으면 나는 너무 슬플 거야.” 하다가 잠든 유진이. ...


 “그래. 엄마도 외할아버지 보고 싶어” ... 

유진이는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듣지 못 했다. 

아이가 죽음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아직 몇 년은 더 자라야 할 것이다. 


때로는 짧은 죽음이 우리에게 긴 삶보다 더 많은 걸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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