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_한국의 고집쟁이들

고집이 나쁘다구요? 왜죠?

by 성효샘

고집스러운 사람들을 몇 안다.

연극 무대만 쫓아다니면서 살다가 지금은 아이들에게 연극을 지도하는 후배가 있다. 같이 근무했을 때 그는 아이들에게 발성부터 무대 매너까지 가르쳤다. 무대에서 웃고 떠들고 울고 하는 모든 것을 지도할 때 그의 모습은 정말로 대단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그의 지도를 받고나면 아이들은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눈빛부터 달라져서 무대에 선 모습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그가 1년 내내 학생들 대회 지도에 몰입해 있기에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었더니,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승진점수를 일단 다 모을 거야.”

“왜?”

“점수를 다 모은 다음에도 승진 안 할 수 있다는 걸 내가 보여줄 거거든.”

나는 그 말에 웃었다. 그의 고집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대단한 고집쟁이들을 보았다. 종을 만들고, 연을 만들고, 짚으로 공예품을 만들고 엿장수로 살고, 대장간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들. ...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 삶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면서 눈물이 몇 번이고 났다. 곁에는 가난이 친구처럼 함께 하지만 그들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정말로 고집스럽게 자신이 선택한 삶의 한 가지 키워드에 모든 것을 바치면서 살았다. ... 그런 이들을 장인이라고 부르고 박수 쳐야 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리고는 문득 정치에도 장인이 있을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신념을 목숨처럼 떠받들면서 사는 그런 사람은 없는 걸까. 흠결 없는 사람은 없다. 나도 있고, 너도 있고, 우리 모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원한다. 적어도 조금은 덜 흠 있는 사람을. ... 그러나 그 ‘조금은 덜’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이 씁쓸한 것이다.

평생을 법학자의 길을 걸어온 고집쟁이를 안다. 그는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힘드니까 우회하자고 곁에 있는 이들이 말려도 소용없었다.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 그의 삶이고 그가 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신념은 같이 있는 모든 이들을 가시밭길에서 걷게 만들기도 했다. 그가 옳지 않았다면 함께 하지 않았겠지만, 그가 옳다는 걸 알기에 그 모든 시련을 함께 해준 이들도 많았다. 아마 그라면 청문회를 가볍게 통과할 것이다. 고집이라면 둘째가도 서러울 사람, 이 책 2편이 나오면 실려야 할 것 같다.


나도 글쓰기의 장인이 돼보자. 한다.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파고들듯 쓰다보면

사람을 먼저 감동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더 감동하는 글을 쓰겠지, 한다.

...

좋은 글 써주신 박종인님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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