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지 않는 밤

1위보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그날의 시간들

by 생갱


하나의 퍼널,

하나의 대시보드,

하나의 카피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 빠르게 가기보다

문제를 같이 푸는 게 당연했던 팀.




밤이 되면 조용히 Slack에 들어와

"내가 보기엔 이 구간이 병목 같아."

"앞단 전환율은 낮은데, C코호트 비율이 높아."


그 한 마디가 던져지면,

누군가 곧바로 의견을 남겼고,

대화는 밤 12시가 넘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작은 문제 하나라도

우리는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시간이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A/B 테스트 하나를 설계해도

각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여

더 깊은 실험이 되었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아, 다음 실험이 더 중요해" 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문제를 제대로 풀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인생에서 실패를 가장 두려워하던 나를

이제는 실험의 타석에 더 많이 서고 싶게

바꿔준 팀이다.


캘린더와 회의록은 늘 빽빽했고,

그 안에는 숫자, 가설, 질문, 웃음(가끔은 조롱)이 섞여 있었다.


누구보다 서로를 존중했고,

서로의 역량과 결정을 믿었다.


성과는 따라왔을 뿐이었고

실제로 우리를 움직인 건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풀고 싶다는 갈증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끝내,

전무후무한 숫자로 업계 1위를 찍었다.


클릭률, 지원율, 전환율, 그리고 매출까지

모든 지표를 움직였고

우리가 만든 실험들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 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싶다.

그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해볼 수 있는 것부터 빠르게 시도하고

치열하게 실패하며

지표를 뒤흔들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다시 한 번 두려움 없이 타석에 오르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 밤의 불빛은 이제 꺼졌지만,

내 안에서는 아직 빛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성장보다 생존이 먼저였던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