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
인간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스스로를 갱신하려는 이들과,
현 상태에 머물며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
나는 줄곧 전자에 속한다고 믿어왔다.
끊임없이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었고,
그 여정 속에서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 여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누군가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믿는 것으로 충분했다.
어린 시절,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한 무대였고, 나는 그 중심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대는 점차 낯설고 복잡한 풍경으로 변해갔다.
세상이 내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드넓은 바다와 하늘을 마주한 적이 있다.
그 풍경은 말이 없었지만,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발버둥치든, 저 거대한 세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그 작음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그 질문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짓눌렀던 긴장을 풀어주는 해방감이었다.
세상에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
성장은 더 높이 오르기 위한 사다리가 아니라,
더 깊이 내려가 나를 이해하는 여정이 아닐까.
우리는 왜 가끔, 바다가 그리운 걸까.
그건 어쩌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 평범함 속에 잠든 진짜 나를 만나고 싶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