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용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무엇이 좋을까? 어린 시절, TV 속에서 ‘OOO 박사’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새로운 발견을 발표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창의성과 전문성의 상징이었고, 내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공학 계열 박사로서 나는 석사와 박사를 합쳐 최소 5년, 길게는 8년 이상 학교에 뿌리를 내리며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 긴 여정 속에서 수많은 인연이 엮였고, 그들이 졸업 후 각자의 꿈을 좇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이공계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좋은 점들에 대해서 알수 있게 되었다.
박사 학위의 진짜 가치는 채용의 문 앞에 섰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특히 이공계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취업률이 좋다.
이공계에서 박사 학위는 취업의 강력한 무기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2018년 박사 학위자의 취업률은 학사보다 14% 높았고, 2020년에는 그 격차가 20%까지 벌어졌다. 산업계는 박사를 선호한다. ‘학사 이상’이라는 조건 아래 학사와 박사가 동시에 지원서를 내밀면, 대개 박사가 선택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은 오랜 연구로 다져진 박사의 전문성을 기대한다. 물론 박사를 고용하면 임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박사는 학사에 비해 ‘+α’의 경력을 인정받을 뿐, 연봉 테이블이 특별히 달라지는 건 아니다. 여기서 α는 보통 4년에서 6년으로 계산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없이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면, 선택은 당연하다.
더 놀라운 건, 박사를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오히려 금전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사 졸업생이 취업 후 박사 수준의 경력에 도달하려면 약 6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누적된 임금을 따져보면, 신규 박사를 바로 고용하는 편이 기업의 지출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물론 학사 졸업생이 입사 즉시 뛰어난 성과를 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현실은 점점 더 높은 학위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미국의 경우, 산업계 일자리로 취업을 확정한 박사 학위자의 비율은 2002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 박사 학위는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오는 선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