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많은 분들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고민은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막막함일 것입니다. 특히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특별한 자격증이나 성과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글쓰기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하죠.
“나는 글을 잘 못 써서…”
“자소서 쓰기는 글 쓰는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사례를 지켜본 결과, 자기소개서 쓰기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정리’가 부족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고, 어떤 표현을 써야 할 지를 몰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도대체 내 이야기는 뭐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막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인생의 한 장면, 한 사건을 떠올리면 한두 마디로 휙 지나쳐 버리곤 합니다.
“직장 생활? 10년 가까이 다녔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막상 조금만 깊이 물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부서를 옮기며 깨달았던 조직 문화의 함정,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게 된 의사소통 능력, 무심코 했던 봉사 활동에서 얻은 성취감 등.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쓰려 하면 이 모든 순간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그림으로 잡히지 않고 흩어져 버립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통, ‘나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쓰는 시간’을 거의 가져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당연한 일상’으로 느껴지던 부분을 굳이 글로 풀어본 적이 없으니, 글쓰기 기술 이전에 무엇을 쓸지부터 막연해지는 것이죠.
자기소개서 테라피에서는 이 시점에서 ‘내 이야기를 재발견’하는 데 주력합니다.
“나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에, 사실은 다양한 소재가 숨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소재들을 하나씩 의미 있는 순서로 이어 붙이는 작업이 곧, 제가 말하는 ‘테라피’의 시작점입니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주부로 지내오신 분이
“저는 대단한 거 하나도 없어요. 아이들 돌본 거 말고는 경력이 없어요”
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계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재무 감각을 쌓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꾸준히 학습 자료를 연구하면서 기획력과 실행력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주변 이웃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때로는 활동을 이끌어가는 리더십까지 발휘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집안일과 육아를 했어요’라는 한 줄짜리 문장에 이 모든 경험이 담길 수 있을까요? 그대로 두면 “나 별거 없어요”라는 말로 뭉뚱그려져 버리겠죠. 그러나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면, ‘문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고 실행해 온 과정’, ‘서로 다른 사람들을 조율하고 협업해 본 경험’, ‘재무 계획을 세우고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 등 수많은 역량이 발견됩니다. 이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면 곧, “내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해왔구나”라는 뿌듯함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할 때, 처음부터 “이 문장을 어떻게 포장하지?”, “최대한 멋지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으로 진입하면 쉽게 지칩니다. 왜냐하면 글의 형태와 화려함을 먼저 신경 쓰기 전에,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내 삶을 한 번 되짚어보고, 그중에서 가치 있는 에피소드를 발견해내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특별한 재능보다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때 어떻게 극복했지?
“가장 뿌듯했던 성취는 무엇이었을까?” 그 성취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지?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칭찬이나 평가 중 핵심은 뭘까?”
어디선가 본 듯한 문장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 양식에 많이 나오는 말입니다.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도, 무심코 흘려버렸던 개인의 경험들이 문장으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 나에게 이런 강점이 있었구나”, “이런 방향으로는 나도 꽤 잘해왔네” 하며 자기 확신이 생기기 시작하죠.
자기소개서는 취업을 위한 서류이기도 하지만, 지나온 내 삶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회사에 제출해야 할 글’이 아니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쓰는 행위가 조금씩 수월해집니다.
물론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구조화’나 ‘글쓰기 요령’이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중, 어떤 점이 나를 가장 잘 보여줄까?’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글쓰기 기술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적확한 표현, 인상적인 문장, 깔끔한 구성은 차츰 차츰 배워가도 늦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진솔하게 들여다보는 자세입니다. 진솔함이 뒷받침되면, 글의 표현이 아무리 서툴러도 결국 독자(채용 담당자든 누구든)에게는 진짜 메시지가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의 주된 메시지는
“글을 잘 쓰는 연습을 하기 전에,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고민해보자”
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소서 쓰기를 두려워하지만, 그 두려움의 근본에는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깔려 있습니다. 이는 ‘나를 깊이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직결됩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자기소개서 테라피에서는, “내가 몰랐던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을 하나씩 밟아갈 것입니다. 강점을 찾는 방법, 스토리를 구성하는 노하우, 사례에서 배우는 실전 팁 등을 차근차근 나누어 보면서, 여러분 안에 깃든 다양하고 멋진 순간들을 끄집어내 볼 생각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비로소,
“나는 글을 잘 못 써서…”
라는 말 대신
“내 인생도 이렇게 재밌게 펼쳐볼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수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남이 보기엔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매력을 꽃 피우는 스토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 두려움을 잠시 접어두고, ‘내가 직접 써보는 시간’을 천천히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을 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첫걸음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더 이상 ‘글쓰기 고통’이 아니라, ‘내 인생을 재발견하는 흥미로운 과정’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