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 그리고 삶으로 마주했던 방콕의 풍경들 (3)
#500원의 행복, 페리 타고 짜오쁘라야 강 유람하기.
방콕에서 보내는 시간은 전반적으로 행복하다. 일 때문에 채근하는 이도 없고, 빨리 안 걷는다고 눈치 주는 이도 없다. 그러나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주 가끔, 기분이 처지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찾았던 500원의 행복, 바로 짜오쁘라야 강을 거슬러 오르는 방콕의 대중교통 수단인 수상 페리의 이야기이다.
#저렴한 가격
짜오쁘라야 강을 운행하는 페리는 종류가 다양하다. 강을 구간구간 나누어 주요 관광지를 보내주는 관광 페리가 있고, 호텔이나 마켓을 이어주는 셔틀 페리도 있다. 짜오쁘라야의 야경을 끼고 선상에서 쇼나 뷔페를 즐길 수 있는 수천 밧짜리 유람선도 있고, 미리 요금을 흥정하고 정해진 곳까지 배를 타고 건널 수 있는 택시와 같은 페리도 있다.
그중 내가 으뜸으로 꼽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수상 페리이다. 보통 방콕의 수상 페리는 관광객들에게 왕궁이나 사원, 혹은 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카오산 로드로 가는데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수상 페리는 사톤 선착장을 통해 BTS 사판 탁신 역과 바로 연결되기에, 교통체증이 극심한 저녁 시간대에는 방콕의 중심부로 향하는 최상의 옵션이 되어주기도 한다.
수상 페리를 500원의 행복이라 칭한 이유는 바로 가격에 있다. 가는 목적지에 상관없이 가격은 15밧, 500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고정되어 있다.(주황색 라인 기준)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이들에겐 괜스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 정책이긴 하나 달리 생각할 이유가 없어 더 편리하다. 선착장에서 15밧을 내고 우표와 비슷한 모양의 표를 사도 되고, 페리를 타고 안내양 누나(?)에게 직접 15밧을 지불해도 된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한국 지옥철과 같은 풍경이 펼쳐져 현실적으로 한 명의 검표원이 모두의 표를 검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무임승차를 하는 이들도 분명 많치 않을까 생각해본다.
#선착장을 끼고 발달한 시장
선착장을 끼고 크고 작은 시장들이 발달해있다. 작은 구멍가게부터 격식을 갖춘 수상 레스토랑까지 정말 별의별 가게들이 다 있다. 사남 루엉 공원 근처의 따아티엔 선착장이나 따아창 선착장에 내리면 꽤 큰 규모의 시장들을 볼 수 있다.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고 작은 좌판에서 파는 거리의 음식들로 요기를 하기에도 좋다. 페리를 타고 왕국이나 카오산 로드로 향할 일이 있다면 한, 두 정거장 페리에서 미리 내려 들려보길 추천한다.
#러시아워
페리와 러시아워. 한국인에겐 매우 생소한 조합이다. 대도시인 방콕에도 지옥철과 지옥 버스가 존재하고, 수상 페리 또한 대중교통 수단이기에 출퇴근 시간에는 "지옥 페리"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러시아워에 페리를 타면 갈 길을 재촉하는 현지인들과 비좁은 틈바구니에서 셀피를 찍으며 러시아워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어울려 묘한 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항상 여유로운 방콕의 사람들이 출퇴근길 페리에서 만큼은 다른 메트로폴리탄들처럼 빠른 걸음을 옮기는 반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러시아워를 만끽하며 여유로운 걸음걸음을 옮긴다. 조화로운 듯 부조화를 이룬 것인지, 아님 그 반대 이는지. 아직 방콕에서 보낸 시간이 부족한가 보다. 방콕에서 도 좀 더 닦고 다시 페리에 올라 사람들을 관찰해봐야겠다.
#방콕
#러시아워
#수상페리
P.S.
방콕엔 씹센 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작은 페리가 있다. 전승 기념탑 부근 판파 다리에서부터 텅러 인근 찬 이쓰라를 지나 방콕 동편 꽤 멀리까지 운행을 한다고 하는데, 동편의 정확한 종점은 어디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러시아워에는 교통체증을 피해 방콕 중심부로 다다를 수 있는 또 다른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니 소개해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