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항, 그리고 시화방조제 나들이

by Phillip

느지막이 점심을 먹고 탄도항으로 향하였다. 생태습지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탄도항이 자리 잡고 있다. 길이 조금 막혔음에도 이동하는 데 30분 정도 걸렸다. 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탄도항에 도달하였다. 먼 바다에서 가까운 바다로 다가올 수 록 일렁이는 파도의 골이 깊어져 간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면 방조제에 앉아 낚시를 하는 이들과 먼저 조우하게 된다. 홀로 자리를 잡은 이들부터 가족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룬 무리들까지 모두 찌를 주시하며 각자의 시간을 음미한다. 지나는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들어오는 물이 매서운 만큼 월척을 향한 기대도 커진다고 한다. 몰려드는 물살에 밀려온 고기들이 넙죽 바늘을 무는 일, 진정으로 일어나는 일일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저 멀리 풍력발전기들 너머로 보이는 섬이 누에섬이다. 썰물 때에는 이렇게 누에섬으로 향하는 길이 열린다. 이때는 이미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누에섬을 들렀다 나오는 이들로 길이 서서히 붐비기 시작하였다.



이미 시간이 늦었다. 빨리빨리 움직여야 겨우 누에섬을 들렀다 돌아나올 시간이 되리라. 바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헌데 나를 붙드는 풍경들이 많다. 이미 지척까지 물이 들어왔으나 조개 줍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 멀찍이서 안전요원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재촉한다. 아이들은 계속 자릴 지키며 조개를 줍고, 어르신들은 왔다 갔다 사람몰이를 하시고. 이곳에서는 익숙한 풍경인가 보다.



누에섬 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 훌륭한 풍경이 펼쳐진다. 풍력발전을 위한 커다란 바람개비 덕분에 이 곳 탄도항은 사진을 찍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열을 지어 서있는 모습은 분명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풍경 이리리라.



사진은 몇 장 찍지도 못하고 바삐 누에섬을 빠져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제복을 입으신 분들이 사람들을 바삐 섬 밖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덕분에 더 좋은 광경을 목격하였다. 많은 이들이 줄을 지어 섬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흡사 개미 때를 닮아 있다. - 폄훼하려는 게 아니라 - 꼭 어릴 때 동화에서 본 개미 병정들의 삼삼오오 행군 모습을 닮아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이 섬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명확히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탄도항에서 시화방조제로 향하던 도중 잠시 들른 섬에서 찍은 사진이다. 40대 중년의 부부처럼 보였는데 함께 물수제비를 뜨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웃음을 가득 머금은 가운데 저리 둘만 즐거울 수 있는 모습. 떠돌이인 내겐 어쩜 과분할 수 도 있는 모습이라 여겨졌기에, 참으로 셈나는 풍경이었다. 한편으론 나도 같은 웃음 머금고, 과연 누군가와 저런 풍경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 하는 헛헛한 상념에 젖어본다.



이곳에도 낚시꾼들이 꽤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중년 여성분들과 어린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근처에 낚시 가게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보기는 했으나, 혹 그중에 여성분들이나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화방조제에 들어서자 꽤나 차가 많이 막히기 시작하였다. 중간에 휴게소로 들어왔는데 꽤나 잘 꾸며진 공간이 구비되어 있었다. 전망에 오르자 해가 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참 고민이 많았던 시기, 고독이 한참 묻어나던 그때로부터 나는 과연 얼마나 자라났을지. 절대 어른이 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사는 내게 고독은 필연이라 믿고 있으나, 녹록지 않은 삶만큼이나 이런저런 허무한 다짐들은 가끔씩 넘는 해처럼 사라졌다 다시 떠오르곤 한다. 저땐 그래도 누군가가 함께 있기라도 하였구나. 해가 더디 수평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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