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의 색

2013년 4월 13일, 살라딘 요새에 오르다.

by Phillip
은회색의 카이로


카므신이 지날 무렵

이집트에 와 처음으로 나들이 다운 나들이를 나섰다.


성곽에 올라 내려다본 카이로는

때론 차갑게 때론 뜨겁게 내 마음에 들어온다.



내 눈앞에 펼쳐진 카이로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2013년 4월 13일,

이날부터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이집트에도 재스민 혁명이 찾아온지 2년 그리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모두가 혼란을 예상하였던 것과는 달리 카이로는 평안하였다.


이집트에서 보낸 얼마의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곤 하나

시민들이 봉기하여 자유를 쟁취한 국가의 역동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무질서한 가운데 고된 하루를 보내는 바우왑들의 일상은 달라진 바 없고

여전히 거리에는 구걸하는 아이들이 "에이쉬"를 외쳐댄다.


과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편으론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살라딘 요새에 올라 이런 생각을 하곤 하였다.


혁명의 공식 구호나 다름없던 "에이쉬"에는

단순히 빵을 넘어 최소한의 삶의 요건이란 함의가 담겼으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이후 그네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였다.


무르시는 신성 헌법을 추진하며 군부와 등을 지고 섰다.

자연스레 혼란은 가중되었으며, 이집트 사회는 다시 표류하기 시작하였다.


그땐 그랬다.


내심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불안의 조짐들을 뒤로 하고

그저 아름다운 이곳을 좋아할 수 있기를 바랐다.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집트에서 돌아온지.


#카이로

#혁명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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