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에 가기.

by Phillip

2016년의 4월, 여느 때보다 기온이 한참이나 높다. 예년의 4월이 그저 푸르렀다면 2016년의 4월은 더욱 알록달록한 풍경을 머금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때에 맞는 색을 찾는 시기가 빨라져 간다. 지난 목요일, 평소 사진을 즐겨 찍는 친구를 따라 현충원을 찾았다. 예년 보다 조금 이르게, 노란 너울진 풍경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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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벚꽃이 저물지 않았다. 노란 너울 이전에 분홍을 먼저 마주한다. 바람이 살랑이면 꽃잎이 휘날린다. 아직은 바람 끝이 에이는 서글픈 날씨. 봄이 아직 완연치 않은데, 벚꽃잎은 홀로 만연하였다 이내 사라져간다. 현충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로 사진전을 하고 있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입상한 사진들과, 이른 저녁부터 사진을 밝히는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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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걸어 오르면 자연스레 우국 열사들이 안장된 터에 다다른다. 촘촘한 간격으로 묘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헌화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대신 현충원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에서 가져다 놓은 꽃가지들이 작은 화병을 채우고 있다. 종횡으로 붉고 흰 열이 교차함이 어색하다. 지나치게 규칙적으로 늘어선 묘석 위로 묘한 외로움이 번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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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따라 쭉 직진을 하다 만나는 작은 천을 따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릴 적 파리 펠라쉐즈를 거닐며 보았던 풍경을 이곳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꽤 많은 가족들이, 혹은 연인들이 짝을 이뤄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손을 꼭 붙들고 이것저것 봄나물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서너 대씩 카메라를 대동하고 나선 젊은이들은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다. 꽤 많은 커플들은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자세로 그들의 한때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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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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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현충문을 두고 빛이 좋아 찰칵- 그러나 시계는 썩 좋지 않다. 해가 기우는 속도가 더뎌진다. 오후의 한때를 담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 기쁘다. 한반도에선 맑은 날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만큼 그저 많이 나와 많이 발품을 팔고, 오랜 시간 피사체를 향해 렌즈를 겨누는 수 밖에는 없다. 괜찮은 풍경을 담기 위해선-

이제 곧 점점 더워질 테지. 서늘한 계절을 좀 더 붙들고 싶다. 남반구로 넘어갈 시기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오후 나절을 뒤로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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