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음(知音)에게
특별할 일 하나 없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매몰된 시야를 조금 돌려 제 근처에 머물러 주신 분들에게로 관심을 옮겨 봅니다. 그리고 서로를 위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 하나 저를 위하지 않은 말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열렬히 귀를 기울입니다.
문득 좋아하는 작가님의 말씀이 뇌리를 스칩니다. 처음 삶을 저버리려 하였던 열 살 무렵, 쉬이 죽지도 못할 나약한 자신의 존재를 위하여 삶의 소소한 즐거움에 집중하기로 한 순간, 보다 큰 긍정으로 나아갈 수 있었음을. 그림자보다는 온기를 좇아야 합니다. 구태여 무거움을 좇을 이유는 없습니다. 삶은 생각보다 더 거지 같을지도 모르니까요.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이야기하기 전에 천지불인(天地不仁)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조물주는 감정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무위의, 냉혹한, 약육강식의 질서가 보다 신을 닮아 있을 테지요. 니체가 이야기하는 초자아(Übermensch)는 현실을 뒤엎을 능력을 지닌 슈퍼맨이 아닙니다. 지옥과도 같은 세상 한가운데서 험난함을 오롯이 받아들이기로 다짐한, 긍정으로 자신과 세상을 초월한 존재입니다. 이는 허무주의에 기반한 사고입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체험한 후에야 깨닫습니다. 두 철인의 진의를요.
오늘도 비워낼 아픔은 한 가득입니다. 그럼에도 적이 나마 긍정의 메시지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아득히 먼 당신과 제 거리 사이에서, 오직 저만이 그 모진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 그 의미를 완성할 수 있는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혹독한 지상에서 오직 저만이 자신과 저를 둘러싼 세상에 뜻을 부여하고 관철할 존재라 굳건히 믿는 만큼이나요.
굳은 의지로, 또 믿음으로 얼굴 한가득 미소를 머금어 봅니다. 세상은 여전히 어려우나 함부로 몰락하라 명한 적 또한 없습니다. 행여라도 우주에 감정이 존재하지 않기를 감히 바래봅니다. 저의 뜨거움과 당신의 차가움이 만나 식지 않을 어느 적당한 온도에 멈춰 서길 바라기에, 행여나 절대자가 존재한다면 철저히 중립을 지켜주시길 또한 바래봅니다. 그럼 결국엔 제 주위의 수많은 이들이 뿌려놓은 수많은 따사로움으로 냉기보다는 적당한 온기가 남아있는 우주에 작은 별 하나로 남아, 적당히 빛을 내다 사그라들지도 모르겠단, 희망 한 모금 삼켜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뜨거운 채로 저는 오늘도 서서히 잦아듭니다. 여러분, 그럼 제가 잠든 동안 저의 작은 그림자 하나를 갈무리해주세요. 잠에서 깨어나도 영영 찾지 못하도록. 그럼, 안녕.
.
.
.
#마미손이 #부릅니다 #사랑은
#fucktheworld #runawayfast #aswe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