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lip Apr 17. 2021

아픈 4월

사랑에 다른 이름을 더해 봅니다.

 4월이 지난다. 양희은의 4월을 듣는다. 내 몸이 녹아내리는 상상을 한다. 눈을 꾸욱 감고 노랠 듣는다. 내 존재가 사라진다. 아니, 사라져 있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상상 조차 필요 없다. 뒤이어 나를 둘러싼 시공간이 사라진다. 그렇게 나의 보통날 하루가 스치듯 지난다.


 아픈 말들이 너무 많이 들려 꼬박 밤을 새우고 길을 나선다. 들이쉬는 숨 한 모금 편히 내뱉기가 어렵다. 미안하고 안타까워서. 그저 그런 어른이라 미안하다고, 무의미한 고해로 끝내선 안된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지 않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그리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자. 아주 잠깐씩만 나의 사랑이 떠남, 그 쓸쓸함을 곱씹기도 하련다. 마음에 예방접종이 필요할 듯하여, 그렇게라도 툭툭 내 마음을 건드려 꽈악 단단하게 잡아두려 한다. 아픈 이야기들이 며칠은 계속될 테니까.


 부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소서. 편향된 논리에 매몰되어 반대편에 서있는 이들을 부정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소서. 돌아오는 비행기 편에서 나직이 기도를 올렸다. 제게 존재를 알리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당신의 말씀대로, 세상 딱 한 가지 일만 이뤄지게 하소서. 기도를 마치고 다짐한다. 며칠만 술을 끊어야지. 취하면 주정이 고약할 것 같으니까. 또 아무나 붙들고 우주는 무감정함을 설파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개새끼 일거라며 끝맺음하겠지.


 남은 4월, 어느 꽃잎 하나 쉬이 지나치지 못하리라. 아파하리라. 내 안에 부디 사랑으로 남았으면, 그렇게 감히 소원한다. 사랑의 수많은 의미 중 하나가 기억함으로 치환될 수 있다면, 나는 당신들을 기억하는 일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로 기억하려 한다. 시작도 못한 사랑엔 이별 조차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내 사랑은 영원이란 또 하나의 이름을 얻는다.  


 별이 되어 가라앉은 이들에게 기약 없는 인사를 남긴다. 곧, 다시, 만나요, 우리.

작가의 이전글 Boy's tal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