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하러 갑니다 | 다섯 번째 이야기
아직 갈 길이 멀다. 겨우 두 번째 라운드를 마쳤을 뿐. 우린 주린 배를 움켜잡고, 하지만 굶주림 보다 더한 알코올에 대한 욕구로 토자이 선에 몸을 실었다. 두 번째 목적지인 가바야초의 니혼슈 스탠드 모토까지는 2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거리. 잠시 걸을까도 고민해 보았으나 우리는 체력과 시간을 아껴 한 잔의 술을 더 마시는 길을 선택했다.
가바야초는 도쿄도 주오구에 위치한 지역이다.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H13)과 도자이선(T11)이 교차하며, 가바야초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오피스들로 인하여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금융의 중심지인 니혼바시와 가까워 일본의 월스트리트라 불리는 가부토초와도 가깝다. 에도 시대에는 물류와 경제의 중심지로 번성하였다. 특히 스즈란도리(Suzuran-dori) 거리는 '시타마치의 긴자'라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곳이다. 지금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 있지만 곳곳에 전통적인 상점과 벚꽃 가로수길 같은 일본 특유의 정취가 남아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 히에 신사 등 역사적 명소도 위치해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이다.
니혼슈 스탠드 모토 역시 오리하라 쇼텐과 유사한 스탠딩 사케바이다. 원래 신주쿠에서 12년 이상 운영되다 가바야초로 이전하여 현재는 현지 주민과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전국 각지에서 엄선된 약 50종 이상의 사케가 구비되어 있으며, 소량(75ml)씩 잔술로 시켜 비교하며 즐길 수 있다. 가격은 한 잔당 390엔 정도. 대표적인 안주로 마구로 부츠(참치 조각), 육미소 피망, 돼지 족발 조림 등이 있으며 일요일 한정으로 창작 라면 메뉴도 제공이 된다.
내부 분위기는 꽤나 현대적이다. 목재를 활용한 깔끔한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서서 마시는 형태의 선술집이기에 기본은 카운터의 스탠딩 테이블이 주가 된다. 자리를 잡으면 직원들이 조심스래 다가와 사케와 안주를 추천해 준다. 사쵸의 추천에 맞춰 스탠드 모토에서의 첫 라운드를 시작하며 이곳이야 말로 사케에 갓 입문한 초심자들이 들러가기에 안성맞춤인 카쿠우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