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하러 갑니다 | 네 번째 이야기
잠시 사케 병들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두 번째 라운드가 돌아왔다. 첫 순배와는 다르게 마스터께선 좀 더 개성이 있는 사케들을 들고 오셨다. 이번에 간택을 받은 사케들은 바로 카모츠루 주조(賀茂鶴酒造)의 히야오로시(ひやおろし)와 쿠도키조즈 준마이 긴조 나마자케(くどき上手 純米吟醸 生酒)이다.
카모츠루 주조(賀茂鶴酒造)는 히로시마현에 자리 잡고 있다. 본래 히야오로시는 겨울에 빚은 신주(新酒)를 봄에 한 차례 열처리한 뒤 여름 동안 숙성시키고, 가을에 두 번째 열처리 없이 출하하는 계절 한정 사케를 의미한다. 이러한 양조 상의 특징으로 인하여 히야오로시들은 신선한 향과 깊이 있는 맛을 지닌다. 흡사 "오래된 미래"와 같이 조금은 모순된,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맛을 선보인다.
카모츠루 주조의 히야오로시 역시 맛은 깊고 향은 신선하다. 감칠맛은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숙성을 거치는 동안 한껏 부드러워진 만큼 목넘김에도 부담이 없다. 라벨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잠자리 그림이 포함되어 있어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을에 태어난 만큼 가을 제철 요리들과 잘 어울린다. 은어와 함께 송이버섯을 굽고 단호박을 곁들이면 참 좋을 것만 같다. 마스터께선 따뜻하게 데운 "누루칸(ぬる燗)"으로도 마셔보길 추천하셨다. 그러면 숙성된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더욱 잘 드러나기에 히야오로시를 더욱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신선한 향과 산미를 원한다면 차갑게, 숙성된 풍미와 감칠맛을 택하고 싶다면 조금은 따뜻하게 마셔보길 권한다.
이번엔 나마자케(生酒)의 차례이다. 쿠도키조즈 준마이 긴조 나마자케(くどき上手 純米吟醸 生酒)는 야마가타현의 카메이즈미주조(亀泉酒造)에서 내놓은 사케이다. "쿠도키조즈(くどき上手)"는 일본어로 "구애의 명수"라는 뜻으로 이름에서부터 그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풍미가 드러난다. 바쿠렌의 우키요에가 요망한 계집아이였다면 쿠도키조즈의 그것은 농염한 여인이다.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나마자케는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주를 의미한다.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차갑게(10~15°C)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나마자케 특유의 상쾌함과 함께 다양한 과실 향을 즐길 수 있다. 쿠도 키조즈 나마자케 역시 생주 본연의 신선한 향과 풍미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한 모금 머금으면 은은한 과일 향과 함께 섬세한 산미가 느껴진다. 나마자케임에도 드라이하며 목 넘김이 부드럽다. 언제 삼켰는지도 모를 만큼 뒷맛이 깔끔하다. 사시미나 굴, 새우와 페어링 하면 좋을 것 같다. 혹은 에다마메나 치즈처럼 간단한 안주와도 충분히 훌륭한 조합이 될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