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도 아닌데 배 아파하는 그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고 한다. 자주 보지도 않는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데 매일 보는 직장 동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떨까? 대부분은 축하해 준다. 진심이던 아니던. 하지만 어디나 시샘꾼들은 있다. 겉으로는 나이스한 척 하지만 속은 씨 거 먼 배 아픈 사촌들.
몇몇 외국계 회사는 연초에 일종의 시무식을 하면서 성과가 좋았던 직원들에게 포상을 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름이 불려 나가게 되고 포상금이나 포상휴가를 받게 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이를 프래지던트 클럽(President club)이라 불렀다. 프레지던트 클럽에 들어갈 경우 최고의 휴양지(그 당시 보라보라 섬)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모든 비용을 제공했다. 완벽하지 않은가? 먼 남태평양에 있는 지상 최고의 낙원을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니. 모두가 받고 싶은 혜택이었다. 포상은 둘째치고 모두에게 나의 노고를 인정받는 기분이니 누구나 원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고급 호텔에 모든 직원들이 모이고 한 명씩 이름이 불렸다. 호명된 사람들은 엄청난 박수와 환호 속에 기쁜 얼굴로 무대로 향했다. 당시 나는 입사한 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전 세계 직원들의 이름이 스크린에 한 명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익숙한 한국인의 이름이 스크린에 나타났고, 사회자가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에이 설마 했다. 비슷한 이름의 다른 직원인 줄 알았다. 동료에게 등 떠밀리듯 무대로 향했다. 모두 불려 나와 단체 사진을 찍을 때까지도 “왜 내가 여기 있지” 싶었다. 뻘쭘해하며 자리로 돌아왔을 때 몇몇 한국 동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어디나 배 아픈 사촌은 있는 법. 그중 가장 배 아팠던 동료가 “입사한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착오가 있는 거 같으니 잘 알아봐”라고 말해줬다. 그것도 조롱하는 듯이 웃으면서. 혹시나 내가 잘못 준 상을 받고 기뻐할까 봐 걱정이 돼서 한 얘기일까? 또 다른 한 명은 내가 받는 거였으면 실적이 좋았던 자기도 받는 게 맞는데, 본인이 못 받은 거 보니 나도 아닌 거 같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해주었다. 정말 감사하지 않은가? 혹시나 내가 상을 받아 거만해질까 걱정되어 누구보다 냉철한 분석을 해주었다.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축하까지.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상을 받았는데도. 왠지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상장을 거의 숨기다시피 하고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한국으로 돌아와 본사에서 보라보라 섬으로 여행을 갈 수 있냐는 최종 확인 메일을 받았다.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나는 갈 수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큰돈을 주었고,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비록 회사 측의 실수로 받은 상이었더라도 무대에 불려 나가야 될 사람이 자신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대방의 성공이나 주목이 언제나 배 아픈 사람들은 있다. 내 사촌도 아닌데도 그들은 배 아파하는 수고를 해주었다. 반면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분들도 물론 있었다. 그럴 자격이 충분히 된다고 말해주었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다독여 주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사촌들은 그들의 성공을 기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상대적 우월함에서 배아픔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 또한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일을 직접 겪다 보니 배 아파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별로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축하하며, 그들의 성과를 배우고,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오늘도 나쁜 예를 보여준 나의 직장 생활 배 아픈 사촌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그들 덕분에 나는 동료의 성공을 배 아파하는 것이 얼마나 추한 모습인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