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로지 저의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저는 여러 달 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영화 관련 글이었습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려 일정한 분량이 되면 독립출판물로 제작하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브런치는 글쓰기의 동력을 제공하는 훌륭한 플랫폼입니다. 브런치의 응원에 힘입어 썼던 글은 다듬고, 몇 편은 새로 써서 올렸습니다. 또 지인 중심의 독자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영화 <더 웨일>을 보고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제목은 '사랑의 부재, 망각의 상실'인데, 스스로는 무척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케이트 블란쳇의 <타르>에 대한 글을 준비하던 중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웨일>의 글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내용과 제목은 적절해 보이지만 글쓰기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어떤 효용을 가지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단 브런치에 올린 십여 편 중에서 몇 개를 삭제하고는 마음속으로 브런치를 닫았습니다.
좋은 글이란 탄탄한 문장을 바탕으로 교양을 증진하면서도 흥미로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의 글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목적이 불분명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지 이유가 명확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만 길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려고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동안 독서를 했습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읽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이 작품을 자신의 저서 구석구석에서 다룬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도 같이 읽었습니다. 그의 분석은 늘 놀랍습니다. 그런 책들을 읽고 거기에 담긴 소중한 가치들을 편안하게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라 여기게 됐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