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수산책 Dec 12. 2023

<진달래꽃>의 불안한 사랑 1

소월에게 정녕 아름답고 유연한 사랑이 찾아왔으리라.

소월이 알아챈 사랑의 정체는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보드라웠고, 위험 가득한 사랑이었을 겁니다.

그런 사랑에 휩싸였을 소월의 숨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혹시나 숨결에 묻을 수도 있는 티끌만한 불온함마저 우려해 가만가만 숨을 쉽니다.


사랑에 휩싸인 소월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곱고 나직한 음성에 귀 기울입니다.

그 음성은 소월의 전신으로 스며듭니다.

소월의 내면은 더욱 정결해지고 사랑의 열정만 남습니다.


사랑에 휘감긴 이들에게 시공간은 중력의 영향을 벗어납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흐르고 그들을 둘러싼 공간은 휘어져 그들만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들은 한없는 자유를 경험하면서도 서로를 위한 감금과 결박에 대한 욕구가 솟구칩니다.

존재는 서로를 위한 것이기에 스스로 구속을 원합니다.


사랑의 절정입니다.

순간 불안이 엄습합니다. 이런 사랑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누군가의 질투로 훼손되면 어떡하나?

공연한 불안과 의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랑을 가로막는 덫은 이전부터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한 발만 삐끗하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소월은 너무나 불안합니다.

불안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다짐을 표현하기 위한 사랑의 언어인 듯합니다.


 <진달래꽃>을 쓰기 전 시인은 이런 사랑을 겪지 않았을까요? <계속>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