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생크림 케이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가끔 인터넷을 둘러보다 보면 90년 대생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마주친다.
“이거 기억하면 어르신이래.”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글을 넘기다 보면, 하나같이 모르는 게 없다.
문구점에서 100원에 팔던 불량식품, 캐릭터 모양의 투명 고무딱지, ‘매미’라 불리던 자석 장난감, 손에 착 달라붙던 미끌이.
심지어 지우개똥을 먹이면 더 커진다는 이상한 소문까지 믿으며 열심히 지우개똥을 만들어냈다.
그때의 생활은 지금과 달랐다.
주 6일 수업을 하다 ‘놀토’가 생겼을 때, 오히려 토요일엔 더 일찍 눈이 떠졌다.
역시 학교보다 노는 게 더 설레었나 보다.
그 시절 생일파티는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생일인 친구의 집에서 열렸다.
작은 소도시 학교라 한 학년에 반이 두 개뿐이었고, 서로 모르는 아이가 없었다.
어느 날 친구가 생일파티를 한다며 같은 학년 친구들을 초대했다.
주변에 생일파티를 크게 여는 아이가 없던 터라, 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빈손으로 가면 안 된다”며 엄마에게 은근히 선물을 졸랐다.
평소엔 내 생일 선물조차 달라하지 않던 내가, 친구의 선물을 조른 것이다.
처음 간 생일파티에서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그마한 우리 집과는 다른, 반짝이는 신축 아파트.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 유행하던 디자인의 케이크.
가지지 못한 것들이 한자리에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낯선 길을 한참 걷다 하늘색 대문이 보였다.
“아, 우리 집이다.”
꿈결 같던 하루가 끝났다.
아마 그날 나는 엄마에게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고, 친구가 받은 선물도 많았다고. 케이크가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너무 귀엽다고.
그 말을 들으며 엄마는 속이 쓰렸을지도 모른다.
요즘에 생일이 품앗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단순히 받는데 끝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줘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만, 어렸을 적 생일은 언제나 설렜다.
어릴 땐 케이크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카페에서도 손쉽게 조각케이크를 살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문득, ‘굳이 케이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내가 잊지 못하는 케이크가 하나 있다.
요즘 케이크보다 투박했고, 버터 대신 마가린으로 만들어 느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인생 첫 ‘나만의 케이크’였다.
할아버지가 빵집에서 사 오신 케이크는 동그란 모양이 아니었다.
짤주머니로 여러 색의 크림을 짜 넣어 만든 강아지 모양의 캐릭터 케이크.
보기엔 세상 귀여웠지만, 맛은 솔직히 별로였다.
그래도 그것은 나를 위해 준비된 단 하나의 케이크였다.
아껴 먹느라 냉장고 속에서 굳어버렸지만,
지금도 가끔 그 케이크가 생각난다.
그 시절, 세상 무엇보다 달콤했던 내 첫 케이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