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담긴 선물은 마음에 콕 박힌다

by 오월

세상이 점점 빠르고 편리해질수록, ‘마음이 담긴 것’은 오히려 더 귀해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결국 사람의 진심이니까.

쉽사리 찾아볼 수 없고, 그런 마음이 담긴 물건을 받으면 그 마음은 내 마음속에 콕 박힌다.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는 요즘, 마음이 들어간 정성 어린 선물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마음을 꾹 담은 편지를 적는 것조차 민망하게 느껴지고 막상 펜을 들고서도 첫 문장을 쓰기까지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중학교 1학년 시절, 편지쓰는 게 유행이었다. 그게 우리 반만의 유행이었는지, 전체적인 유행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친한 친구끼리 쪽지로 작성했던 편지는 어느덧 반 전체로 퍼지게 되었다. 친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편지 쓰자며 제안을 하기도 했다.

어색한 사이였지만 서로의 첫인상 이야기, 생활하면서 알게 된 장점을 칭찬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친구가 왠지 가까워진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연말, 부모님의 이혼으로 전학을 가게 된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정이 많은 편이었고, 부모님의 이혼과 전학이란 두 번의 이별을 감당하지 못했다.


친하게 지내던 이들과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지금처럼 휴대폰, sns가 활발했더라면 그때처럼 슬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게 주어진 번호는 063으로 시작되었던 국번이 전부였고, 그 외에 연락 수단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껏 울적해진 마음으로 짐을 챙기고 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선물을 건넸다.

예쁘장한 외모에 공부까지 잘해서 엄친딸 같은 존재였던 아이.

8절 스케치북 하나를 내게 건넸다.

"하루에 꼭 한 장씩만 넘겨봐야 해!"


전학을 간 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지만 친구가 정성껏 그려준 그림과 편지를 하루에 하나씩만 넘겨보았다. 친구의 그림편지는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유일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편지 한 장씩 넘겨볼 때마다 눈물이 핑 돌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내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편지를 읽을 때면 아직 그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몇 장 남지 않은 편지에 불편한 마음 또한 남았다.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고, 친구의 휴대폰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었다.

언제든 연락하라는 친구의 연락처가 너무 반가웠지만, 내게 휴대폰이 생긴 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기에 차마 연락을 보낼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겁이 났다.

나에겐 너무 힘이 되었던 친구의 편지였지만, 그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해 금세 잊었을까 봐.

혹여나 '누구...?' 하는 반응을 받으면 상처받는 것은 내가 될 테니까.

그래서 아쉬운 마음, 고마운 마음 그대로 고이 묻어두었다.



지금도 가끔, 친구가 적어주었던 정성어린 편지가 문득 기억날 때가 있다.

친구의 그림편지는 어느덧 스무 해 가까운 시간을 품게 되었다. 집 안 어딘가에 고이 잠들어 있겠지만, 내 마음엔 여전히 콕 박힌 채로 남아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마음이 담긴 선물만큼은 마음에 오래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딘가에 잘 지내고 있을 친구는 아마 모르겠지. 그때의 편지가 아직까지 계속 남아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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